review | 이제는 조금 진부한 영웅

by 이구오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리뷰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드림웍스 30주년 기념작으로 나온 <와일드 로봇>이 벌써 작년이다. 개인적으로 드림웍스가 가진 IP는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디즈니 아래에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작년 개봉한 영화 <와일드 로봇>은 상당한 수작이었고, 이렇다 할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놓지 못하던 디즈니보다 한 단계 진보한 모습을 보였다. 때마침 드림웍스는 디즈니가 꾸준히 시도해온 라이브 액션 시리즈를 처음 도전하게 된다. 그 대상으로 바로 성공한 시리즈 중 하나인 <드래곤 길들이기>. 이로써 3D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 <드래곤 길들이기>를 관람했다.


2025년작 <드래곤 길들이기>은 호불호 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원작부터 이미 완성된 작품이었고, 본작은 원작의 그 어떤 본질도 훼손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겨 담았다. 기술도 상당히 뛰어나다고 느꼈는데 몇 차례 등장하는 비행 장면, 드래곤의 둥지 등은 거의 경이로웠다. IMAX나 4DX 같은 특별관에서 봤으면 몇 배로 더 몰입해서 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토리도 역시 오래 사랑 받아온 작품 답게,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무난한 성장 서사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장점들이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라이브 액션의 의의는 무엇일까? 왜 굳이 2025년에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 버전을 봐야 될까? 라이브 액션의 <알라딘>은 도구적으로 등장하던 쟈스민에게 솔로 넘버를 만들어주고 새로운 서사를 부여했다. 철저히 남성 중심 서사였던 원작을 시대에 맞게 약간 비튼 것이다. 백인이었던 역할에 흑인이 캐스팅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차피 팬들이 열광하던 원작은 그대로 있다. 라이브 액션 영화를 새롭게 만든다면, 단순히 기술력을 자랑하거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영화를 만든 의의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드래곤 길들이기>는 왜 이 영화를 다시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디어는 떨어졌고, IP는 굴리고 싶으니까?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영화는 충분히 가치 있다. 어릴 때는 마냥 재밌게 봤지만, 천운이 지속해서 따라주는 ‘히컵’이 약간 얄미운 면도 있다. 히컵은 족장의 아들이기 때문에 능력 없어도 기회를 얻는다. 아무도 본 적도 없는 나이트 퓨리는 어이없게 히컵에게 붙잡히고, 그냥 겁쟁이라 못 죽인 거 뿐인데 그에게 상냥하게 대한다. 전개가 다소 편의적인 까닭일까, 세습 자본주의의 씁쓸한 향을 드림웍스 작품에서 느끼니 흥미롭긴 하다. 누구나 히컵이 되고 싶지, 능력은 차고 넘쳐도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아스트리드’가 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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