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가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

250422 심층심리학 - 김재영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by 김희우

인생의 마지막 순간, 우리는 흔히 통증과 두려움 속에서 스스로를 가두곤 한다. 렇다고 그 마지막이 꼭 어둠일 필요가 있을까? 융이 생애 말년에 흐릿한 의식 속에서 가족과 친지들에게 마지막으로 와인을 청했던 일화나, 어느 임종 직전인 한 어머니가 가족에게 최고급 양주와 담배를 함께 나누자고 했던 이야기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이미 가야 할 길이 정해진 이에게 금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간을 조금 더 벌기 위해 생의 품격과 온기를 훼손한다면, 정작 우리 마음속 마지막 기억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 생각해볼 일이다. 우울하고 슬픈 감정 그리고 원망과 증오가 가득 찬 임종 자리는 결국 고통만 남길 뿐이다. 떠나는 순간까지 축하와 유쾌한 에너지를 나누는 태도야말로 떠나는 이가 남겨진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


임종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한 인간의 의미를 완성하는 중대 지점이다. 어쩌면 떠나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소통과 축복이 가능하다. 또한 임종은 사랑과 존재의 참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더는 감출 것 없는 상태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마음은 진실하고 존엄하다. 그 순간을 의연하고 온전히 맞이할 수 있다면, 남아 있는 이들에게도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귀한 마지막을 선물하는 것이다.


한 모금의 와인, 한 모락의 담배 연기 속에 담긴 마지막 생의 순간—그 작은 의식을 함께 나누는 이들은 훗날 떠난 이가 남긴 빛을 가슴 깊이 품고, 더 넓고 새로운 길을 열어갈 것이다. 결국 우리가 마지막으로 선사할 수 있는 것은, 서로의 온기와 웃음, 그리고 영원히 간직될 그 한 줌의 존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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