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질문이 최고의 질문이다

강의실 밖 구형찬 교수님과의 면담 1(250913)

by 김희우

"제 관심사가 이런데, 이걸 종교학으로 할 수 있나요?"

종교학자 구형찬 교수님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반긴다.

학술 용어로 포장되지 않은 날것의 질문, 그것이야말로 진짜 연구자가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원생들은 자신의 질문을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 기존 틀에 끼워 맞추려 애쓴다.

구 교수님은 이를 "학교에 오염된 사람들의 단점"이라고 말한다.

그의 진화연구실에는 "KISS(Keep It Simple, Stupid)"라는 구호가 있다.

단순하고 멍청해 보이지만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최고다.

본질을 꿰뚫는 소박한 물음이 학문의 판도를 바꾼다.


상품이 형편없는데 포장지만 화려하면 소비자는 속았다고 느낀다. 학문도 마찬가지다.

구 교수님은 종교학을 "구멍가게"에 비유한다.

10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진 이 학문은 확고한 이론이나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았다.

취약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이 크다.


많은 교수들은 이 취약함을 인정하기 꺼려한다.

하지만 구 교수님은 정반대로 생각한다.

취약함을 인정할 때 오히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실력이 있으면 종교학이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종교학의 취약함은 오히려 자유를 의미한다.


"연구자가 되려면 메타인지가 필요합니다. 뭐가 있고 없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해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는 것. 학문의 한계를 보는 것.

그 한계를 넘어설 날것의 질문을 던지는 것.

진짜 연구자가 되려면 자기 질문을 솔직하게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질문이 나왔을 때 구 교수님은 신이 난다고 한다.

날것의 질문은 협업의 시작점이 되고 종교학의 영역을 넓힌다.


종교학이 정말 이것을 하는 데 도움이 될까? 답은 간단하다.

종교학은 고정된 틀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판을 짜는 것은 연구자의 몫이다.

가장 학문적인 태도는 학문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가장 소박한 질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멍청해 보이지만 본질적인 질문, 그것이 학문을 살아 숨 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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