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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색가 G Sep 03. 2021

우리가 일상 브이로그를 보는 이유(2)

내가 유튜브에 허비한 시간들, 인터넷 문화에 대한 고찰

I. 묘하게 비슷한 브이로그들 : 이거 완전 브이로그 같네

미니멀 라이프 유튜버 필수템. 이거 없으면 gamsung 유튜브 못함

'브이로그-스럽다'라는 표현을 들으면 어떤 것들이 생각나는가? 망원동/ 흰색 / 아보카도 대충  정도를 생각해   있다. 예쁘게 차린 아침 식사를 야무지게 먹고 인테리어를 꾸미는 그런 모습. 특정 유튜버저격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비슷한 영상의 브이로그를 찍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물론 정말 특이한 일상을 보여주는 유튜버도 많지만 비슷한 취향, 비슷한 물건, 비슷한 구성으로 브이로그를 찍는 사람들을 보면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에 얼마나 민감한지 보여주는  같다. 믿기 어렵다면 '집순이 일상 브이로그' 한번 직접 검색해보길 바란다.  사람이 찍어서 모두 올렸다고 해도  만큼 썸네일부터 아주 비슷하다.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도 브이로그  모습은 사실  사람의 매우 가공된 상태를 보여준다. 유튜버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기 좋은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고 구독자는 그러한 모습이 유튜버의 '일상'이라고 생각하며 영상을 소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보다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을 추구하게 되면 자기가 가진 고유의 색을 잃고 남들과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도 그렇고 해성처럼 나타난 신인 가수도 그렇다. 쎈언니 컨셉을 우르르 따라 하는 걸그룹도 마찬가지다. 유행 따라 결국 다 비슷해지는 현상은 브이로그 역시 피해 가지 못한다.



II. 일상 브이로그, 마냥 다 좋은가? - 나의 삶 + 나의 돈+ 너의 평가


예전에  자서전에 대해 평을 하기 조심스럽다고 한 책 평론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자서전이라는 장르 특성상 작품과 작가를 분리시켜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서전을 평가하게 되면 그 사람의 삶, 그 사람의 선택 자체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염려 때문이라고 한다.


평론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흔히 작품과 작가를 완전히 동일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있다. 우리는 시의 화자 = 시인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는가. 근데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분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적절하게 영향을 주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별하는 것이 올바른 평론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근데 제대로  평론이 아닌 ‘지적질' 경우는 어떤가?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과 달리 브이로그 유튜버는 브이로그를 통해 노래나 영화보다  본질적인 '자신의 '  자체를 남들에게 노출시키면서 어쩔  없이 평가받는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자아 자체를 지적받는 일이 허다하다.


누군가를 일상으로 초대하는 것은 또 누군가의 평가와 지적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위험을 동반한다. 가족 채널을 보면 육아 방법에 대한 평가, 개 채널을 보면 반려견 훈련에 대한 평가를 스스럼없이 하는 인터넷 육아 전문가, 인터넷 동물 행동 전문가가 댓글 창에는 넘쳐난다. '내가 만든 작품이 쓰레기가'와 '너는 쓰레기다'라는 큰 차이가 있다. 유튜브에서 일반인의 삶의 모습을 지적하는 것은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일상이 수익이 되는  현상을 어떻게 우리가 바라봐여 할까? ‘인플루언서’라는 개념의 등장은 ''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세상으로 우리 사회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는 이런 현상을 반길 수도 있지만 private(사적 모습)-public (공적 모습)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다.


과연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고 어디까지 공유해도 괜찮은 모습일까?



+ 변외: 브이로그를 찍는 행위의 의미

나 역시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려둔 브이로그가 몇 개 있다. 여행 다닐 때 영상과 교환학생 시절 만든 영상이 대부분이다.  브이로그를 가끔 찍었던 이유는 기억하고 싶은 일상, 일기보다는 조금 더 실감 나게 타임캡슐처럼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는 그냥 나를 위해 만든 영상들이기 때문에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면 가끔 영상을 꺼내본다.


영상을 찍고 그걸 브이로그로 편집해서 동영상을 만들어본 나의 짧은 소견을 말하자면, 나는 브이로그를 찍으면서 기억 자체를 편집하는 현상을 경험했다. 브이로그를 다시 보면 과연 이것이 내가 기억했던 그대로인지 아님 브이로그에 내가 찍어둔 기록을 봐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헷갈린다.


기억 자체도 편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우리가 나쁜 기억보다 좋은 것을   기억한다. 근데 브이로그를 편집해서 올리게 되면 편집된 머릿속 기억이 더욱더 편집되는 느낌이다. 그렇게 보면 브이로그의 생명은 결국 스토리텔링이라는 Casey Neistat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같다.


남에게 보여주는 나의 스토리, 나에게 다시 들려주는 나의 편집된 스토리.

우리가 브이로그를 보는 이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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