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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색가 G Sep 03. 2021

같이 공부하실래요?:스터디윗미

코로나 시국, 따로 또 같이 우리가 함께 공부한다는 느낌

5시간, 10시간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서 올리는 공부 유튜버들이 있다. 이름하여 '스터디 윗 미' (study with me)  영상을 찍는 '공부 유튜버'들. 이제는 하나의 '유튜브 장르'로 자리 잡은 스터디윗미 영상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계속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영상을 틀어놓고 함께 공부하는 모습이야 말로 어쩌면 우리가 요즘 자주 사용하는 '따로 또 같이'를 가장 잘 실천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유튜브에 자주 보이는 다른 영상들과 비교했을 때 스터디윗미 영상이 나타난 것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라면을 10 봉지씩 쌓아놓고 먹는 모습을 찍어서 올리는 '먹방', 약속 나가기 전에 화장하며 수다 떠는 '겟 레디 위드 미' (get ready with me)처럼 유튜브에는 함께 무언가를 하는 느낌을 주는 영상이 많다. 스터디윗미 영상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식사시간과 외출 준비시간을 유튜버들이 책임졌다면 이제는 유튜버들이 공부하는 시간까지 책임진다.


미세한 디테일은 유튜버에 따라 다르다. 유튜버에 따라 배경음으로 장작 타는 소리, 빗소리 asmr을 틀 때도 있고 리얼 사운드로 고요한 상태에서 공부하는 영상도 있다. 25-5 뽀모도로 공부법을 쓸 때도 있고 1교시 2교시 시간을 나눠서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각자 공부하는 과목도 시험도 다르다. 그래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편집은 최소한으로 해서 리얼타임으로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미국 치과의사 Dr. Sarang Choi 님의 스터디 계정

Part I: 우리는 왜 스터디윗미를 볼까?


코로나 시국, 우리가 함께 공부한다는 것

스터디윗미 영상은 코로나 이전에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 장르의 인기 상승 요인을 설명할 때 코로나 시국을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우리 함께 기억을 더듬어 코로나 이전 삶을 한번 떠올려보자. 공부하는 행위 자체는 혼자 하는 것이 맞지만 학교, 교실, 스터디 카페 등에서 공부를 자주 한다고 할 때 우리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 둘러싸여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대학생활을 되돌아보면 혼자 고독하게 공부할 때도 많지만 친구들과 세미나실에 모여서 간식 까먹으며 시험공부도 하고 함께 밤새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코로나 이전 삶을 지금 생각하면 다 까마득한 옛날 얘기처럼 느껴진다.


글로벌 팬데믹이 전 세계인의 삶을 완전히 흔들어놓았지만 불행하게도 학생들은 여전히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기 적당한 환경이어도 하기 싫은 게 공부인데 환경마저 도와주질 않는다. 학교는 다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고 도서관 이용시간은 짧아졌다. 스터디 카페를 가자니 마스크 쓰고 공부하는 게 불편할 뿐만 아니라 장시간 폐쇄된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기 괜히 찝찝하다.


근데 내 방 책상에 앉아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자니 역시나 너무 의지박약이다. 누군가와 함께 공부하는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렇게 '스터디윗미'를 검색창에 입력하고 영상을 재생한다. 혼자 공부하고 있지만 내 옆에 화면 속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페이스메이커, 집중과 몰입을 위하여  

마라톤을 준비할 때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페이스 메이커 (pace maker)와 함께 뛰며 훈련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함께 뛰어야 속도 조절을 할 수 있고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공부한다는 느낌을 주는 스터디윗미 영상도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할 게 많이 쌓여있고 시험 날짜가 가깝더라도 공부를 하기 싫다는 마음은 쉽게 떨쳐내기 힘들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스터디윗미 영상을 틀게 된다. 영상을 틀고 마음을 다시 다잡고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한 번에 6시간씩 공부하는 어마 무시한 집중력의 소유자들을 보면 나도 경건한 마음으로 공부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스터디윗미를 봤던 것은 아니다. 공부를 많이 해야 했던 시절 처음에는 50-10 시간관리법으로 공부시간과 쉬는 시간을 체크하기 위해 타이머 영상을 보며 공부했는데, 추천 영상을 타고 흘러 흘러 공부 계정들을 찾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스터디윗미의 매운맛을 보여주는 치대생 <Dr. Sarang Choi (Study with Love)>와 캐나다 의대생 <StudyMD > 영상들을 좋아한다. 방구석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멋진 뷰를 보며 공부하는 스코틀랜드 대학원생 <Merve>랑 같이 공부 타임을 가지기도 했다.


독서실 옆자리 사람이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하면 혼자 '어디 누가 이기는지 한번 보자'하며 내면의 경쟁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방구석 독서실이라고 할 수 있는 스터디윗미와 함께 공부하다 보면 이상하게 괜히 집중력 테스트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공부 중 화면을 힐끗 보면 영상 속 Jimmy는 (StudyMD) 여전히 완전 초집중한 상태로 계속해서 열심히 공부 중이다. 되지도 않는 오기가 발동해서 나도 조금 더 열심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다. 공부 시간을 재주는 조교이자 좋은 공부 자극을 제공하는 페이스 메이커로 스터디윗미를 쓰는 건 태생적 게으름을 거스르기 위한 나의 발버둥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공부한 시간이 긴 캐나다 의대생 Jimmy. Jimmy는 그사이에 의사면허를 땄다... (StudyMD)


Part II. 스터디윗미의 발전


1. 인터넷 시대의 판옵티콘


18세기 공리주의 사상가 제레미 벤담 (Bentham)이 효율적인 죄수 감시를 위해  판옵티콘 (panopticon)에 대해 글을 썼다. 그가 이런 발상을 했을 땐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스스로 영상을 찍어 불특정 다수에게 방송하는 디지털 판옵티콘의 시대가 올 거라고 상상했을 리가 없다. 판옵티콘의 원리는 간단하다. 원형 감옥을 만들어 놓고 가운데 감시 탑을 설치하는데 중요한 것은 감시탑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의 인력으로 계속해서 감시받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을 하기 위해 타임랩스를 찍어서 공부 인증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상을 찍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딴짓하기 힘들 것이다. 스더디윗미 영상 시청자뿐만 아니라 영상 제작을 하는 유튜버에게도 스터디윗미가 유익한 이유다.


한 사람이 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스터디윗미뿐만 아니라 줌 (zoom) 독서실 형태로 각자 카메라를 켜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가 한창 난리 치던 2020년 겨울 <공부의신 강성태>는 [역대급 공부자극]이라는 이름으로 실시간 온라인 독서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찍은 영상은 다시 스터디윗미 영상이 되어 여러 명에게 공부자극을 제공하는 영상으로 재업로드된다. 영상을 작은 화면 속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조금 숨 막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줌 스터디, 구르미 스터디, 유튜브 공부 라이브 스트림 등 디지털 판옵티콘에 들어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벤담을 죄수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항상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판옵티콘 형태의 교도소를 제안했다면 21세기 우리는 스스로 감시당하기 위해 온라인 독서실에 제 발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벤담이 다시 무덤에서 일어나 오늘날의 스터디윗미와 각종 공부 라이브 스트림을 보면 상당히 흥미로워할 것이 분명하다.



2. 오빠들과 함께하는 스터디윗미: 공부와 덕질 두 마리의 토끼를 (oppa is watching me)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엄빠보다 우리 oppa들 말을 더 잘 듣는다. 공부자극 만땅 우리 oppas
study with us: BTS ver.

공부 영상을 틀어놓고 문제를 푸는데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오빠들이 나오면 더 좋지 않을까? 정말이지 아이돌 팬들의 덕질을 보면 어쩜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하나 싶다. 여기 보이는 Study with BTS는 팬들이 각종 리얼리티나 라이브 스트림에서 나온 영상을 편집해서 창조해낸 스터디윗미 영상이다. 공부하는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이왕 공부할 거 오빠들이랑 같이 공부하자는 취지다. 이 스터디윗미 영상 댓글창을 보면 세계 곳곳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미(ARMY)들이 서로 격려하며 응원하고 함께 덕질을 한다. 요즘 아이돌 덕후들은 이렇게 생산적인 방법으로 가수 사랑을 실천한다. 공부를 즐겁게 하기 위한 위대한 상상력과 창의적 덕질의 결과 탄생한 '아이돌 스터디윗미'는 여러 팬들에게 그 무엇보다 강력한 공부 자극제 역할을 한다.


이것이 바로  방탄소년단이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지 않을까?


3. 공부와 예능의 결합: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많은 온라인 유행이 그렇듯 스터디윗미 유행은 국경을 초월하는데 대한민국의 스터디윗미를 이야기할 때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홍진경의 유튜브 채널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고 싶을 만큼만큼 정말 흥미로운 콘텐츠다.


유튜브 구독자 50만 명 공약을 지키기 위해 홍진경은 지난 6월 이전에 듣고 보지도 못한 신개념 스터디윗미를 라이브로 방송했다. 분명 스터디윗미가 맞는데 아마 같이 공부하기 위해 홍진경의 라이브를 본 사람은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부 내용을 복습하며 자꾸 카메라에게 말을 거는데 그냥 모든 것이 웃기다. 딴짓하거나 말하면 큰일 나는 기존 스터디윗미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렇게 스터디윗미를 예능용으로 쓴 사람은 아마 홍진경이 처음이지 않을까? 요즘 계속해서 공부 콘텐츠로 여러 도전을 하며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데 공부 계정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스터디윗미 영상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그녀는 정말이지 '공부왕찐천재'가 맞는 것 같다.


Let's study together

누구는 공부 자극을 받기 위해 또 누구는 공부의 고통을 덜기 위해 스터디윗미 영상을 틀고 공부를 한다. 유튜브의 각종 with me (함께해요) 영상들을 보면 특별하지 않은 일상조차 함께 공유하고 싶어 하는 외로운 인간의 군상을 보는 것 같다.


우리는 이렇게 공부하는 시간처럼 외롭고 고독한 시간마저 다른 이들과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 서로 자극받고 응원하며 공부 자리를 묵묵하게 지키는 모습-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함께 공부하는 방법이다.

우리 함께 공부해요, study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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