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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색가 G Sep 04. 2021

인스타 스토리, 그 휘발성에 대하여

게시물을 줄이고 스토리는 많이 올리는 우리의 인스타그램 사용법

마지막으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게시물의 날짜가 언제였을까?


어딜 가나 양극화가 존재하듯 인스타그램 안에서도 양극화가 존재한다: 사진을 자주 업로드하는 부류 & 스토리만 주구장창 올리는 부류


혹시 요즘 게시물 업로드 횟수는 줄이고 대신 스토리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눈치 챗는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적어도 내 주변에는 요즘 인스타에 게시물을 올리기보다는 가볍게 스토리 이용하는 경우가 이전보다 자주 보인다.


단계 1: 프로필로써 인스타그램

현대인에게 SNS 프로필은 나의 또 다른 얼굴이다. Facebook의 이름도 얼굴 책. 어쩌면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잠시 나누는 것보다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프로필을 염탐하는 것이 더 많은 정보를 알려줄 가능성이 높다. 좋아하는 음악, 취미, 친구들 - 이 모든 것이 인스타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셀카 찍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인지 아님 자신 사진은 없고 풍경 사진만 있는지, 예쁜 인테리어의 카페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커피 원두의 로스팅을 따져가며 진지하게 마시는 부류인지 대충 페이지를 훑어보면 각이 나온다.


인스타는 재창조의 공간이다. 인스타는 단순 사진 일기장을 넘어 온라인 자기 PR 전시공간이 된다. 또 공개하는 만큼만 남들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나의 이미지를 통제하기 쉽다. 내가 힙스터가 되고 싶으면 힙한 사진을 보여주면 되는 거고 예술가인 척하고 싶으면 그게 맞는 감성 넘치는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된다.


단계 2: 인스타 번아웃 증후군

인스타를 오래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사진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캡션에는 무엇을 달지 고민하는 시간이 아까워지는 시점이 온다. 100장 찍은 셀카 중에 '나쁘지 않은' 2장을 고르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는 생각보다 크다. 좋은 곳에 가거나 예쁜 것을 볼 때마다 이걸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야겠다고 느끼며 원래 내가  순간을 기록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이렇게 심해지고 있나 싶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스타를 통해 이렇게 '멋진' 곳에서 '멋진' 사람들과 '멋진' 음식을 먹는 #멋진 나를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들과 소통하기 위해 SNS를 사용한다고 보통 말하는데 과연 이게 사실일까? 소통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그 이면에는 다른 어떤 이유보다 그냥 자랑하고 싶어 하는 원초적인 감정이 꿈틀대는 것 같다.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뇌에 도파민이 팡팡 전달되어 일시적으로는 행복하겠지만 계속해서 나를 포장하는 일은 재미보다 노동에 가까워지는 순간이 온다. 어떤 이들은 불행한 현실과 인스타 속 환하게 웃고 있는 행복한 모습 사이 괴리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잔인한 인스타의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만들어진 이미지를 충실하게 가꾸며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물론 힘들다고 싸이월드 시절 눈물 셀카 같은 건 절대 업로드해서는 안된다.


인스타그램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나보다 이 주제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학자들이 여러 번 증명해낸 사실이다. 일단 남들과 비교하기가 너무 쉬워진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옆집 영희가 부잣집에 시집갔다고 카더라~"라는 이야기를 누가 전달해줘야 소식을 알지만 이제는 영희가 직접 올린 명품백 사진을 보며 영희의 소식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게시물에 공들여야 한다는 사실 역시 갑갑하게 느껴진다. 전체 인스타 피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난번에 셀카를 올렸다면 이번에는 전신컷을 올리는 것이 좋다. 새로 산 물건의 브랜드가 잘 보이도록 각도를 잘 맞춰서 사진을 찍어야 하고 청량한 바다가 잘 나오도록 사진의 색감 조절도 해줘야 한다.


이렇게 점점 나의 대한 표현으로 시작한 인스타가 어느 순간 전시장이 되어버리고 나에 대한 간판이 되어 주인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 대상으로 변한다. 과도하게 꾸며진 인스타그램은 업로드하는 사람도  스크롤을 내리며 좋아요 누르는 사람도 피곤하게 만든다.  

많이 다른가요?

단계 3: 나는 자유롭고 싶어

인스타 사용 패턴을 가만히 분석해보면 게시물로 사진을 피드에 영구 박제하는 것이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만큼 스토리 기능에 더 의존하게 되는 것 같다. 과연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 스토리'는 게시물 업로드가 부담스러운 우리에게 대체 표현 방법이 될 수 있을까? 게시물과 스토리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요즘은 스토리 기능이 없는 인스타그램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사실 인스타 스토리는 2016년에 처음 출시된 기능이다. 당시 인스타그램과 경쟁하던 스냅챗 (Snapchat)의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스냅챗 스토리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인스타그램 CEO도 인정한 사실이다).


나중에 출시된 기능이지만 인스타 스토리는 게시물만큼이나 인스타그램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사용 패턴을 발견한 인스타그램 역시 스토리에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하면서 이용자들이 스토리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친구 태그는 물론 이제는 스티커 추가, 음악 삽입 등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서 스토리를 마음껏 꾸밀 수 있다.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인스타 사용자들은 게시물과 스토리의 기능을 명확하게 구분지어서 앱을 사용한다. 게시물로 표현되는 나는 멋지고 진지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스토리 속 나는 드립도 치고 웃긴 짤도 공유하는 장난스러운 모습이 드러난다. 짤막하게 일상을 공유하고 싶지만 게시물이 되는 영광을 누리지 못하는 B컷 역시 스토리로 업로드된다. 게시물이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스토리는 B급 감성 영화인 것이다.


24시간이 지나면 사진이 지워지기 때문에 스토리 기능은 이미지 메이킹의 스트레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게시물에 비해 순간순간의 생각을 공유하기도 편하고 사진에 얽매인다는 느낌이 덜 하다. 생각해보면 자신을 기록하는 공간이 인스타그램에 24시간이면 사진이 지워지는 스토리가 있다는 것은 조금 아이러니한 면이 있다. 남들에게 공유하고 싶지만 짧은 시간 동안만 잠깐 보여주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을 인스타 스토리가 충족시켜준다.


스토리를 많이 쓰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인스타 게시물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게시물로 꾸며진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인스타 스토리의 휘방성은 기록의 영구성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이렇게 해서 인스타 스토리로 얻는 (상대적) 자유는 자체 검열을 통해 만들어진 인위적 이미지가 진정 내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인지 질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스타 스토리의 나의 모습이 게시물 속 나의 모습보다 훨씬 솔직해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안에 다양한 필요 (needs)가 있어서 인스타그램 안에 여러 가지 업로드 형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게시물과 스토리 모두 다 나의 모습은 맞지만 이것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우리는 이렇게 인스타 계정 안에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낸다. 시인과 촌장의 노래 가사를 빌리자면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은 것처럼 나의 인스타 계정 속에도 내가 너무 많다.


계속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엔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 웃긴 짤만 스토리에 공유하기엔 잘 나온 여행 사진도 가끔 업로드해서 추억을 기록하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SNS를 사용하는 모습은 계속해서 변하고 발전한다. 일상을 공유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인스타에 업로드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은 나 자신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간판이자 포트폴리오가 되어버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 인스타그램도 과연 영원할지 생각을 자주 한다. 인스타의 꾸며진 모습에 피로를 느끼는 '요즘 젊은것들'은 틱톡 자꾸 갈아타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싸이월드 꾸미도 끝났고 괜히 진지한 척하고 싶었던 페이스북도 어느덧 중딩과 아저씨들의 놀이터로 변해버렸다. 인스타는 과연 이들과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Only time will t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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