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소설
'콧털'인지 '코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하려는 얘기는 어디까지나 '코 속의 털'에 대한 얘기다. 인류가 면도를 시작한 이래로(알렉산더 대왕이 전투에서 수염이 잡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행하기 시작한) 이 '코 속의 털'은 꽤나 불편한 대상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코 속의 털'이란 놈을 꽤나 혐오스럽게 느끼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래서 나는 이 '코 속의 털'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편인데, 이 녀석은 관리하기 꽤나 까다롭다. 코 속에 가위를 집어넣고 자르기도 쉽지 않거니와, 뽑으려고 하면 눈물을 쏙 뺄 정도로 아프다. 그리고 또 관리가 다 되었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면 어느샌가 갑자기 삐져 내려와 나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심어주곤 한다. 그러나 모두들 알다시피 '코 속의 털'과 점액은 코 안으로 들어오는 온갖 해로운 것들을 막아냄으로써 우리 몸이 건강함을 유지하는 것에 일조하고 있으니 어찌 이 녀석을 내 몸에서 필요 없는 놈이라 내칠 수 있으랴.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지나간 사랑과 그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 역시 그런 것이라, 잘라내기도 어렵고, 뽑으려 하면 눈물이 나기도 하고, 어느샌가 밖으로 삐져나와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랴,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기억과 눈물들 역시 코 속의 털과 점액과 같이 새로운 사랑과 새로운 감정을 느낄 때 해로운 것을 걷어내고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를 남몰래 도와주고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