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옛날 편지지를 봤다.
연인 또는 지인에게 좋은 시구를, 혹은 사랑의 말들을 담아냈다고 하는 그 한지로 된 편지지는, 적어내기만 하면 모든 말들이 생동감 있게 일어나 받는 사람의 마음에 짠하니 찍혀버릴 것만 같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덕분에 나는 마음이 한없이 진해지고 곧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 보름달을 담은 물을 정성껏 받아, 그 물로 마음의 색이 우러나올 때까지 먹을 갈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는 붓을 꺼내어 절절한 마음을 돌처럼 바위처럼 몇 시간이고 쓰고 싶다. 편지를 완성할 때까지 하루가 흘러도 혹은 며칠이 흘러도 그런 수고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으실 이에게 보내고 싶은 절절한 마음들이 담겨, 온전히 내 마음을 전달해 줄 수만 있다면 그런 수고가 대수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