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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vu Apr 05. 2019

고양이

수필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집 앞 계단에 앉아 있으면 어느새 다가와 내 다리에 머리를 부벼대거나, 울음소리와 함께 애교를 부리거나, 우아한 자세로 누워서 나를 바라보곤 한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음식을 주곤 했었는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 내 옆에도 곧잘 오는 모양이다.  



덕분에 나도 괜히 정이 간다.  



누워있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냐옹하고 울면서 그 큰 눈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기라도 하면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뭔가 해줘야 할 일이 있는가 싶어 일전에 고양이 어를 배워두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곧 추억으로 되돌아가서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생각이 난다. 그런 표정을 짓던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었다.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나는 그 사람과 소통을 잘 해내지 못했다. 소통에 언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만, 실패를 거울삼아 내가 고양이 어를 배운다면 그대와 원 없이 대화를 할 텐데! 



집 앞 계단에 앉은 지 10분이 넘었는데도 고양이는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만 움직이며 우아한 자세로 내 옆에 그대로 누워있다.  



그대는 부산스럽지 않아서 좋다.  


내가 꿈꾸는 조용한 우아함이 등줄기를 따라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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