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상담기록] 4회기

by 정인

수요일 송년회 때문에 이번 주 상담은 월요일로 옮겨졌다. 원래 월요일이 휴무라고 하셨지만 선생님은 내 사정을 들으시더니 흔쾌히 상담일정을 옮겨주셨다. 상담소를 들어가자마자 동면에 들어간 식물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주까지 추위에도 꿋꿋이 피어있던 들국화들이 화분 속에 뿌리만 남기고 잠에 들었다. 화분은 지푸라기로 감싸여있었다. 내년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따뜻한 차를 내주시며 미소 지으셨다.



-그래서 지난주는 어떻게 지냈나요?


-화가 덜 나요. 제 마음속 목소리끼리 싸우지 않으니까 덜 괴롭고요. 그리고 화가 나더라도, 그 감정에 몰입하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볼 수 있어요. "그래, 내가 화가 났구나. 그렇구나."정도로 멀리서 관찰할 수 있어요. 어머니와의 관계도 나아졌고요. 장을 보러 가더라도 어머니를 위한 다기보다, 제 선택을 좀 더 우위에 두려 하고 있어요.



실제로 꽤 잘 지내고 있었다. 상담을 받으며 어머니를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극심한 냉담과 죄책감 등의 극단적인 감정들에서 조금 벗어나고 나니 조금 안정되었다. 나는 숨을 들이켜고 맥락 없이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내었다.



-선생님, 제가 아직도 어머니에게 사과받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나 봐요. 며칠 전에 어머니에게 그 말을 꺼냈어요. 어머니가 "왜 자신이 자살하려 했던 것도 모르냐"며 제게 화를 내셨던 일이요. 어머니가 자살시도를 하신 건 제가 유치원생이던 시절의 일이었어요. 제가 알 리 없는 일이었는데, 그 사실을 모른다는 이유로 어머니는 아버지를 향한 분노를 저에게 전가시키셨단 말이죠. 하지만 어제의 어머니는 그냥 그랬냐, 하면서 그 당시 본인 입장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이런 일이 있었고, 어떻게 일이 진행되었고, 그런 것들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실망했어요. 제가 사과해!라고 말하진 않았어도 저한테 사과할지도 모른다고 내심 기대했었나 봐요. 전에 그런 말을 본 적이 있어요. 꼭 상처받은 사람에게 치유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요. 얼마든지 다른 사람과 공동체에서 치유를 받을 수 있다고. 그래서 별 기대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자꾸 기대하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어머니께 사과를 받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이겠죠.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도 있으니까요... 상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당연한 마음이, 맞을까.



-며칠 전에 아버지가 식탁에서 하시는 말씀을 들었어요. 동물은 모두 배신하는 습성이 있다나, 말도 안 되는 얘기였죠. 가만 들어보니 자식들이 모두 자기를 배신했다고 하시더군요. 딱히 그 말이 상처가 되지는 않았어요. 제게 아버지는 강남역에 있는 가로수 같은 분이거든요.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분이에요. 아무튼, 그날 동생한테 아침에 웃긴 얘기를 들었다고 카톡을 하면서 "그 말을 들으면서 어머니가 조금 다시 불쌍해졌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어쩔 수 없지. 어머니가 고른 사람이야."라는 답이 왔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게 맞단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기가 좀 그래요.


-그럼 오늘은 어머니를 불쌍히 여기는 정인 씨의 부분을 볼까요?



그 부분이 문제라고 하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잘못된 게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었다. 내가 어머니를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은 당연한 거라고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가 어머니를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은 건, 딸로서 어머니에게 가지는 연민을 제외하고도 그래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을 보면 누구라도 어머니를 안타깝게 생각할 거예요. 언제라도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셨던 어머니지만 자식 셋을 키우신다고 집에서 고립되어 고통받으셨잖아요. 아버지는 어머니랑 싸우면 항상 "내 집에서 나가! 네 집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치셨어요. 그러면 어머니는 몇 시간이고 울면서 밖을 배회하셨고요. 나중에는 아파트 공중전화로 전화를 하셨죠. 핸드폰이 있는 시절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집을 나가시고 나면 저랑 동생들은 집 전화기 옆에서 어머니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말을 하면서 눈물이 좀 났던 것 같다.



-모르겠어요.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고, 아예 나가시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 같지만...


-이대로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을까 봐 불안했겠네요. 이대로, 아버지와 영영 남겨질까 봐.


-아마도요... 그리고 아버지는 항상, 본인과 그 외의 사람들을 구분하셨거든요. 나는 사람이고, 너희는 동물이야. 너희는 교육이 안 되는 족속들이야. 내 말만 들으면 되는데 말을 안 들어.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어머니와 저의 관계로만 한정한다면 어머니는 가해자의 입장에 있을 때도 있었지만, 가족 전체로 본다면 아버지가 가해자, 그 외의 가족들이 피해자였어요. 아버지는 항상 어머니한테 말씀하셨죠. "네가 자식들이랑 내 사이를 갈라놓는 거야." "자식들과 한 편을 먹고 나를 공격해?"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망했어." 그런 것들이요. 저는 어머니가 제게 상냥하실 때는 사랑했다가, 비난을 할 때는 어머니를 미워했다가, 아버지에게 괴롭힘 당하시는 어머니를 볼 때는 불쌍해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어머니가 공격당하시는 걸 정인 씨가 공격당하는 것으로 느꼈군요. 어머니와 본인이 동일시되는 거예요.


-같이 공격을 받는 입장이었으니까요. 아버지의 그 말들은 어머니에게만 국한되지 않았거든요.



한숨이 나왔다.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짚어주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니의 삶이 참 안타까워요. 하지만 정인 씨, 어머니는 정인 씨 때문에 그렇게 사신 게 아니에요. 그건 어머니가 선택하신 거예요.


-그렇지만요, 선생님... 저는 오랫동안 제가 없었으면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할 수 있었을 텐데, 혼자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생각해 왔어요. 어머니는... 대외적으로는 성격도 괜찮으시고, 능력도 있으시거든요. 자식들만 없었으면 어딜 가도 잘 사실 수 있으셨을 거예요.


-정인 씨 때문에 어머니가 이혼을 못해서 힘들게 사셨다는 죄책감이 드는군요?


-네.


-어머니가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나요?


-자주 하셨죠. "자식들 아니었으면 진작 이혼했다."라고 많이 하셨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본인이 어머니의 짐덩어리 같이 느껴졌군요. 그래서 죄책감이 드는 거고요.


-글쎼요... 어머니께는 계속 죄책감, 더 나아가 부채감 같은 걸 느껴요. 어머니가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많은 기회와 세상들을 알려드리고 싶죠.



어머니가 같이 계시지 않을 때도 나는 항상 마음속 한 구석에 어머니가 계시는 느낌이었다. 나는 저런데 못 가봤는데, 언제 가보니, 그런 목소리들이 귓가에 쟁쟁했다.



-전 여행을 가면 어머니 생각을 해요. 좋은 풍경을 보면 "아, 어머니를 데리고 왔었어야 하는데." 싶죠. 마음에 계속 어머니가 그렇게 걸려요. 하지만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요?


-다들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어머니를 또 좋은 곳에 데려가면 제 마음이 좋아요. 어렸을 때의 상처가 치유되는 기분이랄까, 이상하게도 뭔가를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요.


-어린 날의 정인 씨가 어머니에게 해줄 수 없었던 걸, 이제는 해드릴 수 있는 능력이 되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어린이였던 정인 씨도 지금의 정인 씨가 어머니를 보살피는 것처럼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했을 수도 있어요. 저번에 만났던, 어머니가 기뻐하면 본인이 더 신나 하던 정인 씨의 부분이 만족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단순히 어머니와 뭔가를 하는 게 문제라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단순히 정인 씨가 같이 즐겁고 싶어서 하는 것과, 마음의 빚을 갚으려 하는 것은 분명 달라요. 전자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후자면 조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죠.



난 여전히 그런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고 삼켰다. 내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내게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닐 테니까. 그렇게 상담은 진행되었다.



어머니를 불쌍히 여기는 아이를 봅시다. 몇 살쯤 되어 보이나요?



천장을 뚫어져라 올려다보았다. 적당한 순간을 꺼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자꾸 글리치가 튀는 것 같았다. 아이는 자꾸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형태를 바꾸었다.



-초등학생... 아니, 중학생... 잘 모르겠어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 정말 이상한 이야기지만, 빈곤해 보여요. 신발을 신지 않고 있어요. 전에 숙제를 안 했다고 겨울에 잠옷차림으로 맨발로 집에서 쫓겨났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복장 같아요.


-집에서 쫓겨나 봤기 때문에, 비슷하게 집에서 쫓겨나본 적 있는 어머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네요. 그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요?


-고생했다, 정도요. 쟤도 나름 최선을 다 했을 것 같아요.


-그 아이에게 정인 씨가 어른이 됐다고, 이제 혼자가 아니라고 알려줘 봅시다.



확실히, 이전 회기를 통해 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을 경험해 봐서 내면아이들에게 그런 걸 알려주기 조금 더 수월해졌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생님은 다음 단계로 진행하셨다.



-그럼 우리, 그 아이에게 신발이라도 신겨줘 볼까요? 그 아이가 필요한 것을 줘봅시다.



아파트 옥상 문 앞에 쭈그려 앉아있는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은 신발이요. 그리고 날씨가 추워서 따뜻한데, 안고 있을 수 있는 거요. 강아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강아지인가요? 복슬복슬한가요? 어떤 종이든 좋아요.


-큰 강아지를 좋아하긴 하지만, 아이 품에 들어올 정도로 작았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신발을 신고, 강아지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들어갑시다. 더 필요한 게 있나요?


-제 방을 잠글 수 있는 자물쇠요. 대학교 가기 전까지, 방문을 닫는 게 허용되지 않았거든요.


-좋아요. 그러면 아무도 못 들어오게 자물쇠를 문에 채우고, 강아지와 방에 있죠. 부모님이 싸우는 것도 들리지 않아요. 조용하죠. 어때요, 아이가 더 편안해하나요?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어... 선생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불안해요. 저는 계속 방 밖의 일들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어야 했거든요.


-그것도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거죠. 아무것도 모르면 위험에 대처할 수가 없을 테니까요. 그러면 안에서 밖의 소식을 알 수 있도록 TV를 하나 둘까요?


-라디오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중간에 꺼버릴 수도 있고, 둘 싸우는 걸 굳이 보고 싶지도 않아서. 생각해 보니까, 부모님이 제 앞에서 싸우지만 않으셨어도 제가 이렇게까지 불안해하고 죄책감 느낄 일은 없었을 것 같거든요. 어른 일은 어른들이 알아서 했었어야죠.



그래 맞아. 왜 어린애가 어른 둘이 싸우는 것에 혼자 불안하고 죄책감 느껴야 했는가 조금 짜증이 났다.



-그 아이가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내가 안 보는 데 가서 싸워,라고 하고 싶어요.



아이 손을 잡고 당장 둘을 집에서 내쫓아버리고 싶었다. 지금 애 앞에서 뭐 하는 짓이야!! 소리 지르며.



-아이가 편안해한다면, 집을 떠나서 다른 장소로 가봅시다.



두 번째 상담시간에 지었던 통나무 집을 떠올렸다. 아이와 강아지가 걸어가서 문을 두드린다. 이전에 거기에 두고 떠났던 더 어린아이가 문을 빼꼼히 연다. 안녕. 반가워. 집에 엄마 안 계시니까 들어와도 돼. 강아지를 데려왔구나!



-그 통나무집에 더 필요한 물건이 있을까요?


-침대 하나 정도면 될 것 같아요.



그리 다르지도 않은 아이들이니, 그 정도면 될 테다. 무엇보다 강아지도 있지 않은가.



-그러면, 이제 아이들이 강아지랑 같이 뛰노는 걸 상상해 봐요. 햇빛, 살랑이는 바람, 푹신한 풀밭 그런 것들이요. 그리고 그 아이에게 더는 필요 없는 죄책감이나 부채감, 그런 것들을 우리가 가져간다고 해줍시다. 이번에는 어떻게 이걸 없애볼까요?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단호하게 말씀드렸다.



-묻어버릴래요. 통나무집 앞에.



깊은 땅 속에, 그 감정들을 묻었다.



-시간이 지나 그 감정들이 모조리 삭아 없어지기까지 기다려보아요. 그리고, 그 감정이 사라진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까요?


-안 채워도 될 것 같은데요...


-어머니에 대한 사랑, 이런 건 어때요?


-좋아요.



가슴이 한결 가벼워졌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가 자식들 때문에 이혼하지 못한다고 하신 건, 그냥 자기 합리화인 것 같아요. 어머니는 매우 전통적인 여성이셨고, 남자가 없으면 가정이 위태롭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셨기 때문에, 자식이 없더라도 이혼을 못하셨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스스로에게 그 이유를 납득시키려고 자식을 이혼하지 못하는 사유로 삼으면서 합리화하셨던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죠. 만약 아까의 정인 씨의 죄책감이 100이라 한다면, 어머니가 직접 주신 죄책감은 얼마나 될까요?


-... 아마도 70이요.



30이야 내가 불안에 떨며 죄책감을 혼자 키웠다 해도, 어머니는 실제로 "너희들 때문에 아빠랑 산다"라던지 "너희들이 똑바로 못해서 아빠랑 싸운다" 등 자식들에게 감정적으로 전가하는 것들이 많으셨다. 특히 내게는 아빠와 외적으로 닮았다는 이유만으로도 공격하시는 일이 많으셨다.



-자, 그럼 상상해 봅시다. 정인 씨가 서 있고, 어머니가 뒤에 서있어요. 둘 다 모두 바가지를 들고 있고, 그 바가지 안에는 죄책감이 찰랑거려요. 방금 말한 그 70의 죄책감은 정인 씨 것이 아니죠? 어머니로부터 비롯된 것이니 어머니께 돌려줍시다.



유튜브에서 봤던 숏츠가 떠오르는 설명이었다. 내가 멈칫하자 선생님께서 웃으셨다.



-어머니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어머니는 어머니의 어머니에게로 넘기실 거니까. 어머니 또한 "딸은 키워봤자 소용없어."그런 말을 듣고 자라셨을 수 있으니까요.


-아마도요.


-어머니의 뒤에는 어머니의 어머니가 서계실 거예요. 어머니는 자신의 뒤로 그걸 넘기실 수 있어요. 그렇게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아주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태초의 우주가 있을 거예요. 죄책감은 태초로 돌려보냅시다. 그리고 가족문화를 새로 심는 거예요. 딸을 귀히 여기는, 자녀들 앞에서 함부로 싸우지 않는, 자식들을 불안에 떨게 하지 않는 그런 문화를요. 그게 다시 계곡물처럼 산 위에서부터 내려온다고 생각해 봐요. 그렇게 정인 씨는 나중에 그런 문화를 또 물려줄 수 있을 거예요.



굉장히 신기한 점은, 마음속이 개운해졌다는 것이다. 지고한 우주 속의, 끝없는 시간 속의 나는 너무 작고, 내가 받은 고통 역시 아주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머지 30 정도는, 제가 잘 가지고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선생님. 아마도 적당히 제가 여유가 되면 어머니를 챙기는 정도는 할 수 있겠죠.



선생님은 웃으셨다.



-정인 씨가 이 전에 상담을 받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꽤 잘하고 계세요.


-음, 사실 이전에 상담했을 때 그런 소리를 들었어요. 의도대로 잘 끌려와주지 않는다고요. 그때는 제가 감정을 느끼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뭔가 제 감정에 계속 이유를 붙이고, 변명을 하기 바빴거든요.


-하지만, 잘 끌려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도 있을 거예요. 교실에서 공부하던 중에 바깥소리가 들리면 집중이 안되죠. 그러면 그 소리에 왜 신경이 쓰이는가를 들여다봐야 할 때가 있어요. 이곳은 정인 씨만을 위한 공간이고, 시간이에요. 상담자를 먼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제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다면 언제든 얘기해 주셔도 좋아요.



오... 그렇구나! 꼭 선생님이 이끄시는 대로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구나. 오늘 상담 내내 울어서 상담소를 나서면서 머리가 아팠다. 그래도 정말 신기하게도, 상담을 하면서 내면의 목소리들이 조용해지는 게 느껴진다. 항상 죄책감이 얹혀있던 어깨를 훌훌 털고 나니 허리를 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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