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아버지의 세계

by 정인

저번 이야기에서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버지는 본인의 세계에 몰두해 계신 분이다. 아버지의 세계에서는 본인만이 옳고, 본인이 아닌 것은 다 틀린 것이었다. 그건 어떠한 견해뿐만이 아닌 생활의 모든 것에 적용되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입맛 같은 것. 아버지가 맛있는 게 무조건 맛있는 것이고, 아버지가 맛없다고 하는 건 가족 모두에게 맛없는 것이 되어야 했다. 아버지에게 맛없는 걸 누군가 괜찮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 몇 년 후, 아버지는 술에 취해 웃으시며 "세상에 나만큼 정의로운 사람이 어딨어!"라고 말씀하셔서 나를 기함하게 했다. 본인이 정의로워서 모든 걸 정의할 수 있는 사람, 그게 가장으로서 아버지의 위치였다.


또한 아버지는 자신의 소유에 대해 확실히 아셨다. 부부싸움 때마다 어머니에게 “여긴 내 집이니까 넌 너희 집으로 돌아가라”라고 매번 얘기하셨고, 어머니는 그러면 울면서 집을 나가서 추운 날 밤거리를 한참을 걸어 다니셨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아버지와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다가 출산 후 육아를 위해 커리어를 내려놓으신 전통적인 여성이었던 어머니는 이혼 따위는 생각도 못 한 채, 아버지의 모욕적인 말에 대꾸를 거의 하지도 못했다. 실상은 그렇지 않음에도, 아버지는 어머니가 편하게 살려고 일을 그만둔 거라는 식으로 비아냥대셨다. 그렇게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 모두가 아버지의 세계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오랜 기간 애를 썼다.


난 어머니가 약을 먹고 죽을뻔했다는 사실을 스물셋에 알았다. 어느 날, 부부싸움 후에 화가 끝까지 난 어머니는 수면제와 진정제 한 병을 다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 어머니를 발견한 건 다섯 살 동생이었다. 동생은 축 늘어진 어머니를 흔들어 깨우다가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할머니한테 달려갔다. 시체처럼 온몸이 이완된 채로 어머니는 욕실로 옮겨져 약을 다 토했다. 그리고 일주일간을 내리 잠만 잤다고 한다.


내가 이 이야기를 스물셋에 들은 것은, 어머니와 할머니 입을 통해서였다. 어느 날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서 “그때 죽으려고 했잖아. 그래서 애가 너 닮아서 나약해 빠졌잖아.”라고 하신 것에 대해 어머니가 분개하시며 내게 전화를 거셨다. 그 과정에서 나온 처음 듣는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했던 나는 “자살 시도 했었어?”라고 놀라 되물었고, 어머니는 “넌 네 엄마가 죽으려고 한 것 모르니!!! 할머니한테 물어봐!!”라고 격노하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마침 혼자 할머니 댁에 있어서 할머니한테 물어볼 수 있었고, 할머니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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