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어머니의 세계

by 정인

아버지는 매우 통제적이셨으나 어머니도 크게 다르시진 않았다. 대부분의 순간에는 대체 저렇게 싸울 거면 왜 사는 걸까 싶다가도, 종종 둘이 아주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면도 있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시면 직성이 안 풀리시는 분이었다. 꽤 다혈질이었고, 기분 좋으실 때는 칭찬을 하시고 기분이 안 좋으실 때는 비난을 하셨다. 차라리 칭찬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 텐데 어머니 기분에 따라서 나에 대한 평가는 천재와 저능아를 오갔기에, 어렸던 나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난 게으른 멍청이에 가까웠다.


주변과 비교를 참 많이 하셨는데, 대개 비교 대상은 고등학교 3학년 수학을 중학교 2학년에 통달한 아랫집 남자아이부터, 대원외고 졸업해서 서울대 경영학과를 간 동생 친구의 언니, 그리고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수석을 했다는 친구 아들을 가리지 않았다. 교육열이 높은 동네다 보니 나와 비슷한 대상과 비교조차 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도 엄마를 만족시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무력감에 시달렸다.


비난할 때의 레퍼토리는 대개 비슷했다. 쟤는 어디까지 했는데, 너는 뭐 하니? 내가 부끄러워서 어디 나가서 말을 못 하겠어. 나도 전교권 딸 두고 엄마 모임 나가서 자랑 좀 하고 싶어. 엄마는 자랑할 게 없어서 학부모 모임도 못 나가.


욕설도 많이 하셨는데, 초등학생 때 어느 날은 엄마가 하는 욕설을 횟수를 세서 기록했던 적도 있었다. 사실 욕설 따위는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좋았지만, 가장 듣기 힘들었던 건 내 앞날에 대한 저주 비슷한 거였다. 비난하실 때는 항상 내 미래를 예언 비슷하게 하셨는데, 그게 욕설과 결합하면 이런 식이었다.


"넌 평생 게으르고 가난하게 살 거야. 병신아, 머저리야, 너는 네 친구들 발닦개로 살게 될 거야. 친구들 똥구멍이나 핥으면서 살아."


그런 말을 매일 들었다. 난 가끔은 아빠한테 하대당하는 엄마에 대한 연민이 들었다가도, 엄마가 친절할 때는 사랑했다가도, 엄마가 저렇게 말할 때는 죽고 싶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는 수학 문제를 풀다가 혼나면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을 보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머니가 싫어하는 멍청한 내 모습이. 이깟 문제도 못 풀고, 잘한 것도 없으면서 우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덜 떨어진 내 모습이. 거울 속의 내게 주먹질했다. 너 따위가 왜 살아있는 거야. 제발 죽어. 빨리 죽어버려.


그리고 내가 혼나지 않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나는 매일매일 거울을 보며 죽어버리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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