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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Aug 13. 2018

서문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날씨가 이어졌다. 나는 매일 간선 버스를 타고 용의선상을 오갔다. 총구에서 발사된 탄환은 반구에 높이 뜬 채로 동에서 서로 운행했다. 연무가 피어올랐고, 사이렌을 매단 차량이 유난히 자주 도로와 골목을 넘나들며 달려나갔다. 구급차가 쓰러진 사람들 태우고 경계선을 달려나갈 때, 하필 도로변에서 죽음을 맞은 참새를 봤다. 여느 조류의 죽음과 달리, 참새는 길 위에 눌러붙어있지 않았다. 머리통은 작은 포식자 무리에 이미 먹힌 것 같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참새는 먹기 좋게 구워진 채로 다음 포식자를 기다리고 있던 거였다. 더위에 쩍 갈라진 흉곽 안은 텅 비었고, 벌어진 내장 속으로 구운 알밤 같은 간이 들여다 보였다. 깃털 중에는 타들어가 재가 된 부분도 있었다. 앙상한 다리는 노릇하게 구워져 제법 쫄깃한 식감이 연상되었다. 허리를 숙이고 관찰한 탓인지, 침이 뚝 떨어졌다. 비가 올 조짐이 전혀 없는 가운데, 모든 것이 어긋나버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결국에 나를 실망시킬 것이고, 그럭저럭 괜찮지만 조만간 나빠질 것이며, 생존에서 아무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이내 죽고 싶은 생각에 시달릴지 몰랐다. 태양이 총부리를 겨눌 때, 마침내 내가 스러진다면 내 심리를 부검해 알밤 같은 간을 꺼내 먹을 사람이 있습니까? 내 머리통은 이미 먹혔습니까? 아무래도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았다. 여기, 내 머릿속을 내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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