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가을에 나는 서울로 왔다. 지리적으로는 영남의 광역도시에서 중부의 수도로 옮겨온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심리적으로 내가 뛰어넘은 거리는 400킬로미터 이상이었다. 융털 돌기처럼 운율이 굽이치는 경부지방의 사투리로부터, 집안의 가장 낮은 계급으로부터, 아마추어 예술인의 처지로부터 세계의 표준으로 이주한 것이었다. 남다르다고 믿어온 나는 특별한 이의 전형이 되어야 했다.
표준의 세계는 황홀했다. 미디어는 서울을 중심으로 전송되었고 나는 서울 사람과 표준어를 주고받는 것만으로 의기양양해졌다. 광활한 교보문고와 안국역의 셰리음반, 도심의 불꽃 축제는 모두 뉴스거리였다. 전투적인 수강신청을 끝내고 미학으로 가득 찬 일주일 치의 시간표를 품고 강의실 문을 들어서면, 나는 그 자체로 뉴스가 된 기분이었다.
그해 여름 명왕성이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몇 년 후 소문도 없이 학교를 나왔고, 강의실에서 마주했던 사람들이 점차 뉴스 위로 솟구쳤다. 초대장이 날아왔다. 시상식, 강연회, 젊은 작가 포럼 등에 아는 이의 이름이 걸려있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처럼 참석할 순 없었다. 언젠가는 편입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숨기고 다만 망(網)보는 사람으로 자원했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대량 생산해내고, 부자가 된 사람을 인터뷰했으며 그림자가 없는 문장을 찍어냈다. 볕이 들지 않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고 오후는 식당의 문을 걸어 잠갔다.
명왕성이 134340 플루토가 된 후, 벌써 열한 번째 8월을 맞았다. 세상은 언제나 오늘이고 나는 오늘도 나의 과거이다. 초대받지 않았으되 세계를 호출한다. 원숙한 지망생, 중년의 청년, 늙은 풋내기,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이가 내 134340으로서의 아명이다. 이 이름의 왜소한 자전은 아직 멎지 않았고 황막한 공전은 이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