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혀 보니 보이는 것들

3월12일 배드민턴 치던 날

by 유경진 Cindy

아이들에게 배드민턴을 치러 가자고 했다.

둘째는 “왜 가야 하냐”고 묻고,

막내는 집에 있고 싶다고 하고,

첫째는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수영 가자, 마트 가자 하면 엄마는 다 해줬잖아.

이제는 엄마가 제안하는 것도 군말 없이 한 번 따라와 줬으면 좋겠어.”

사실 이 배드민턴장은 우리가 필리핀에 처음 와서 10일간 여행으로 머물렀을 때 한 번 방문했던 곳이다.

그때 아이들이 꽤 재미있어 했고, 첫째는 가끔 “배드민턴 또 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던 터라 몸을 좀 움직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첫째와 둘째는 성향이 많이 다르고, 막내는 아직 어려 함께 어울려 플레이하기가 쉽지 않다.

세 아이를 데리고 운동을 하러 가는 일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미리 걱정하기보다 한 번 부딪혀 보기로 했다.

가 보지도 않고 포기하기보다는, 직접 경험해 보고 그다음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내를 위해 작은 놀이거리도 챙겨 갔다. 한쪽에서 혼자 놀 수 있도록 하려는 나름의 계획이었다.

요즘 나는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가 걱정된다고 해서 미리 피하기보다는, 일단 부딪혀 보고 그 안에서 방법을 찾아가는 삶.

가 보고, 해 보고,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가는 것.

지금 우리의 필리핀 생활도 그런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마침 오늘은 수영장 청소가 있는 날이라 수영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배드민턴을 치고 밖에서 점심을 먹고 오자고 했다.

지난 주일에 갔던 카페테리라는 카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거기서 점심을 먹고 음료도 마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드민턴장에 도착해서는 아이들과 번갈아 가며 게임을 했다.

둘째는 나와 칠 때도, 첫째와 칠 때도 계속 궁시렁거렸다.

결국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30분쯤 지나자 먼저 포기했다.

그래서 나와 첫째가 남은 시간을 채우며 열심히 쳤다. 몸이 조금 풀리니 점점 재미있어졌다.

막내는 처음에는 옆에서 놀다가 마지막쯤 되자 갑자기 하고 싶다며 끼어들었다.

그런데 막상 나갈 시간이 되자 더 하고 싶다며 버티기 시작했다. 울고 떼를 쓰며 나가기를 거부했다.

나는 막내가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쓸 때 쉽게 받아주지 않으려는 편이다.

하지만 이 아이 역시 만만한 성격은 아니다.

예전에는 한참을 버티다가도 결국 스스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요즘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첫째가 동생을 달래고 때로는 업어 주며 챙겨 주다 보니, 오히려 막내의 고집이 더 단단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 모습이 마냥 걱정스럽지만은 않다.

아홉 살이나 차이가 나는 첫째와 막내 사이가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막내가 울며 버티는 상황에서도 첫째는 동생을 다그치기보다 차분히 달래고, 결국은 업어서 데리고 나온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 크고 작은 순간들이 자매 사이를 조금씩 더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면서 서로의 성향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둘째는 또 다른 면에서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선이 참 애매할 때가 많다.

투덜거리며 불만을 표현하다가도 어느 순간 모든 상황을 남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지나치게 스스로를 탓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마음을 달래 주는 데 생각보다 많은 마음의 에너지가 들어간다.

요즘은 그 부분이 특히 더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과 나 역시 함께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 가는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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