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머리는 단단하게, 마음은 부드럽게
필리핀에 온 지 벌써 2주가 흘렀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
아이들은 조금씩 이곳 생활에 적응해 가는 것 같다.
우리끼리 보내는 시간이 이렇게 즐겁고 소중할 줄은 미처 몰랐다.
아이들 사이에는 나이 차도 있고, 중간에 성별도 달라 때로는 불편하고 어려운 순간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듯하다.
요즘 나의 하루는 늘 비슷한 방식으로 시작된다.
가능하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
5시에 일어나면 가장 이상적이고, 6시에 일어나도 충분히 좋은 시작이다.
하지만 7시가 넘어가면 아이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나만의 조용한 시간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보통 5시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나 조용한 피아노 찬양을 틀어 놓고 큐티로 하루를 연다.
목사님의 새벽기도 말씀을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하루를 맡겨 드리는 기도를 드린다.
그 다음에는 한국에서 이어가고 있는 온라인 사업과 관련된 일을 정리한다.
들어온 주문을 확인해 남편에게 전달하고, 필요한 스티커 시안을 만들거나 수정하고,
작업지시서를 정리해 보내는 일들을 처리한다.
한국과 시차가 있다 보니 이 아침 시간이 일을 정리하기에 가장 좋다.
이렇게 하루의 첫 업무를 마무리하고 나면 마음도 한결 정돈되는 느낌이다.
그 후에는 아이들이 오늘 해야 할 공부를 미리 준비해 둔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하면 나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은 각자 성경을 읽고 큐티를 한 뒤 오전 공부를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 나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온라인 영어 튜터 수업이 이어진다.
그날 해야 할 공부를 잘 마무리해야 게임이나 TV를 보고, 매일 수영을 한다.
사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아이들이 영화나 유튜브를 보게 했다.
그런데 친구에게 학교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영어의 기본이 부족하면 학년보다 낮은 반으로 배정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입학하기 전까지는 기본적인 회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는 것이 좋다고 했다.
TV를 볼 때도 가능하면 영어 만화로 보게 하고, 선교사님들도 처음 3개월 동안은 영어에 집중해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조언해주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 한편 조급해진다.
아이들을 통제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이 나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로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지금 이 시간들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간 뒤 흘릴 눈물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서는 지금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기도한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그리고 엄마의 밀어줌을 아이들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갖기를. 물론 반항도 하고, 거부도 하고, 때로는 떼를 쓰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중심을 잃지 않기는 엄마가 되길...
어쩌면 이런 감정들을 분리해 내는 일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과제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필리핀 생활에서 내가 배워야 할 중요한 미션일지도 모른다.
아이들 역시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한다. 필리핀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어 하고,
그 친구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난 단단함과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사실 매일의 작은 에피소드들을 기록할 것이 많지만, 하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그저 잠자리에 드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하루를 돌아보며 앉아 글을 정리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은 오랜만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하루의 마음을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