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상한 폭포

필리핀에 가면 한 번쯤은 다들 가본다는 팍상한폭포

by 유경진 Cindy

필리핀에 가면 한 번쯤은 다들 가본다는 팍상한 폭포에 다녀왔다.

이름부터가 기분 팍 상하게 한다는 그 팍상한.

예전에 필리핀에 살 때도 그런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고,

나 역시 15년 전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은 솔직히 썩 좋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꼭 한 번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서

“그래, 한 번 더 가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찾게 됐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정말 많이 변해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아, 그래서 내가 그동안 여길 일부러 안 왔구나 하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뱃사공들에게 호구가 되고 말았다.

아침을 못 먹고 나왔다며 중간 지점에서 배를 세우더니 밥을 먹자고 했고,

아주 자연스럽게 계산은 내가 하게 됐다.

역시나 팁 이야기는 안 하더니 이런 방식이구나 싶어서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은 건기라고 들었는데 이상기후 때문인지 우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고,

물도 생각보다 많이 불어 있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관광객이 우리 가족뿐이라 이거 정말 올라가도 되는 건가 잠깐 고민도 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두 팀씩 오더니 나중에는 대부분 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솔직히 호구 된 이야기만 빼면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물, 숲, 바람, 그 자연 자체는 충분히 보여주고 온 것 같고,

그 점에서는 후회가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있다.

앞으로 최소 10년간은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

지인들이 필리핀에 와서 자연을 보고 싶다고 하면 추천은 해줄 수 있겠지만,

내가 다시 함께 가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밥을 사주는 게 아까운 건 아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양해를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돈도 없고 아침도 못 먹었고 배고프다며 이것저것 시켜놓고

나중에 돈을 내달라는 식이니 마음이 씁쓸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곳에서는 그 뱃사공들 말고는 내가 다시 돌아올 방법이 없었고,

혹시라도 기분이 상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생명을 담보로 한 상황 같아서 그냥 사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이 글을 읽으면 다들 팍상한은 가지 말아야겠다고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자연은 정말 좋았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나에게는 이번 경험 한 번이면 한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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