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담양에는 정말 많은 눈이 왔다.
아무래도 수도권보다는 덜 추운 남쪽나라!
'눈이 와봤자 얼마나 오겠어' 했는데 자고 일어나면
온통 하얀 세상이 되어 있었다.
담양에 첫눈이 쌓였다고 할 만큼 온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으로 밖을 보더니
눈이 왔다며 좋아하며 옷을 챙겨 입고 아침 8시부터 나갔다.
그리고 눈을 쓸고 모으더니 이글루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글루? 점심도 잠깐 들어와서 후다닥 먹고 나가고,
중간에 예매해 둔 영화만 보고 오고
저녁 6시까지 7시간에 걸쳐 이글루를 완성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나서 들어온 막내
완성했다고 해서 나와서 보니 본인이 들어갈 수 있다며
직접 들어가는 시범까지 보여줬다.
날이 따듯하니 눈이 자꾸 녹아서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고 한다.
마을의 친한 형과 마음이 맞아 함께 했는데,
이것 또한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
한번 마음먹은 것을 어쨌든 하루종일 몰입해서 만들어
결실을 맺었다는 것에 많이 칭찬했다. 그리고 정말 대단했다.
이렇게 살면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건 처음인 날이었다.
아무리 들어오라고 해도 아이들은 놀겠다며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 날씨에 막내가 들어와서 선글라스를 찾는 게 아닌가.
야무지게 쓰고 나가서 보니
"눈이 눈에 들어와서 선글라스 썼어"라며
선글라스 쓰고 열심히 눈을 쓸어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날씨에 무슨 선글라스까지 쓰고 놀고 있냐며 잡아왔다^^
우리 막내, 정말 눈 좋아하는구나!ㅋㅋ
눈이 며칠 동안 펑펑 오고 며칠이 지난 뒤, 같은 학교 학부모의 집 근처로 눈썰매를 타러 다녀왔다.
우리가 사는 동네보다 더 읍내와 떨어진 시골 마을이다.
바로 추월산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약간 더 춥다고 한다.
그 마을에 언덕이 있는데 추운 날씨와 많은 눈으로
아이들이 눈썰매 타기 좋게 되어 있다고 초대를 해서 다녀왔다.
우리 아이들은 역시나 굉장히 즐겁게 놀았다.
옛날처럼 비료 포대가 아닌 튼튼한 플라스틱 썰매를 하나씩 잡고
모두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썰매를 즐겼다.
배를 깔고 슈퍼맨 자세로 타기
서서 스노보드처럼 타기
정석대로 앉아서 타기!
소리를 지르며 쌩쌩 바람을 가르며 타는 눈썰매
나도 한번 타봤는데 역시 재밌었다!
경사가 많이 높지 않아 올라가는데 힘들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주변에 눈이 10센티 넘게 쌓여 있어 뒹굴기도 하고, 눈싸움도 하고
그러다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고
이렇게 눈에서 신나게 놀아본 적이 있었던가?
아파트에서 살 땐, 안전을 위해 경비 아저씨들이 눈을 치우기 바빴고
놀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경쟁하듯
눈을 쌓아서 놀았는데, 여기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이번 겨울, 눈이 많이 와준 덕분에 눈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