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런 임산부였어요
룰루가 태어난 지 벌써 258일째.
엄마가 되라고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육아 레벨업 미션들로 인해
엄마가 되기 이전과 이후의 삶은 철저하게 달라졌다.
더불어 커피를 마시며 여유 있고도 아련하게 과거를 추억해 내던 나의 기억력 또한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하여, 더 늦기 전에 나의 출산기, 출산의 추억(?)을 기록하고자 한다.
혹시 출산을 앞두고 있는 분들 중에
"출산 자체가 너무 두려워요. 다 너무 절망적인 후기뿐이에요. 희망을 주세요. "
"저에게 희망고문이라도 주세요."
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듯하다.
※ 주의. 의료진분들도 놀라신 아주 예외적인 출산기라 희망을 넘어 환상을 심어줄 수 있음.
출산 당일의 출산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하기 이전에
이번 글에서는 나의 임신상태와 몸상태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와 비슷한 체형, 비슷한 체력, 비슷한 임신상태이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나름 자세하게 임신했을 때의 몸상태를 적어보려고 한다.
(어떻게 '우와'하게 출산했는지는 다음화부터.)
1. 빈혈수치 심각하게 낮아서 고함량 철분제를 지속적으로 먹어야 했던 상황.
평소에도 기립성 저혈압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빈혈검사에서 수치가 너무 낮게 나왔다.
처방받은 고함량 철분제를 지속적으로 먹는 바람에 아기에게 혈액을 내어주고 나는 변비를 얻었다.
2. 몸무게 50kg일 때 임신하고 만삭 때 약 62kg까지 찜.
원래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서 팔다리가 얇았고, 임신 때도 다른 곳은 살이 안 찌고 배만 나왔었다.
나이 드신 분들이 가끔 임산부처럼 안 보이고 비실비실해 보인다며 힘줘서 아기 잘 낳을 수 있겠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3. 디저트 금지, 과일 금지, 탄산 금지, 단거 그냥 다 금지 (임당 아님 주의)
자연분만을 결정했으나 우리 진격의 룰루(태명)군, 엄마가 달달한 거 조금만 먹으면 바로바로 너무 커지셨다...
자연분만 성공하려면 아기가 너무 커지면 안 된다며 급기야 주치의 선생님께서 디저트금지, 과일금지를 선언하셨다. 그만큼 내가 자연분만에 대한 의지가 강렬했기에 주치의 선생님도 덩달아 의지가 높아지셨다.
(8월에 만삭... 한여름에 과일 금지라니요.... 임당 아닌데 억울하다고요......)
4. 그나마 긍정적인 건, 내진했을 때 말씀해 주신 황금골반!!!
삼 남매 자연분만으로 낳으신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인지,
주치의 선생님이 내진하실 때마다 골반이 너무 좋다며 “우아한 출산”하자고 북돋아주셨다.
그때는 콧방귀를 뀌었다.
'쳇. 우아한 출산? 거 희망고문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다음화에 이어서 쓰겠지만.. 우아한 출산의 '우아'까지는 아니지만 '우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순산을 해냈다.
매거진 시리즈 제목이 우와한 출산기가 된 이유이다.
5. 임신 전보다 운동 더 열심히 함.
자연분만을 결정한 건 단순히 제왕절개 수술이 더 무서웠을 뿐. 자연분만 결정을 하고 나니 운동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다.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매일 아침 유튜브 보며 임산부 홈트하고, 주 2회 필라테스 거의 한주도 빠지지 않고 했다.
임신 26주경부터는 매일 만보 걷기도 추가하며 운동을 매우 열심히 했다.
출산 바로 전날밤까지 운동 또 운동했다. 지금생각해 보면 순산의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운동인 것 같다.
6. 실전에 강한 타입. 멘탈이 강한 편. 강철멘탈
평상시에는 사소한 걱정을 많이 하더라도 정작 큰일을 앞두고 있을 때는 덤덤하고, 걱정하거나 긴장을 하지 않는 편이다. 소위 실전에 강한 편.
출산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는데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컸었다.
이것 또한 순산의 큰 역할 중 하나인 듯하다. 긴장하면 몸도 굳으니까...
진짜 신기하게 1도 긴장이 안 됐었다.
진통 온 출산 당일 아침, 남편한테 이렇게 말했었다.
오!! 진통 와요. 오늘인가 봐. 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