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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와한 출산기 2

이런 도넛!

by 세잎

지난 화에서 나의 전반적인 임신상태를 기록했다면

이번 화부터는 출산 며칠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본격적인 출산과정을 적어보고자 한다.




룰루는 40주를 꽉 채우지 못하고 38주 1일에 출산하게 되었다.


이것 또한 사연이 있는데......

지난 화에서 언급했다시피 나는 임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디저트 금지를 선고받은 안타까운 임산부였다.

디저트뿐이랴.. 한여름 만삭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원한 수박 한 조각 입에 물지 못하였다.


'룰루야 좀 천천히 커주겠니....?'


37주가 되었을 때

'그 길고도 긴 임신 기간이 곧 끝나가는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과 함께 약간의 방심을 했다.


'마지막인데... 디저트 조금 먹어도 되겠지......'

참고 참다가 결국 크림 왕창 들어가 있는 달달한 도넛을 먹어버린 것이다.


KakaoTalk_20230605_160443600.jpg 바로 이 녀석! 이 녀석 덕분에(?) 40주를 꽉 채우지 않고 일찍 룰루를 만나게 되었다.


'간에 기별도 안 가는데, 설마 이것 때문에 룰루가 갑자기 커지겠어?'


며칠 후,

정기검진에서 주치의 선생님이 초음파 기계로 배를 보시자마자 놀라시며 말씀하셨다.


"오?? 내일 당장 아기가 나와도 될 정도입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컸지??"

"이젠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마음의 준비만 잘하고 계세요. 오늘부터는 '이렇게 걷다가는 아기가 나오겠는데?' 하는 정도로 걸어도 됩니다."

갸우뚱하는 의사 선생님 앞에서 나는 같이 어리둥절한 미소를 띠며 속으로는 수없이 외쳤다.


이런 도넛.......



그날 검진 이후로 나는 '당장 내일, 아니 오늘 나와도 된다!' 하는 각오로 걷고 또 걸었다.


나와 남편은 매일 저녁 공원 산책을 했었는데,

룰루 출산 하루 전날 남편이 갑자기 두통이 너무 심해서 산책을 못 나갈 상황이었다.

남편은 한 번도 나 혼자 산책을 내보낸 적이 없었기에 오늘만 자기랑 같이 쉬길 바랐지만 나는 괜찮다며

만삭인 몸을 뒤뚱뒤뚱 움직여가며 홀로 달밤의 걷기 운동을 하러 나갔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 들어왔는데 뭔가 모를 여자의 직감이 있지 않나.

뭔가 정말 오늘내일할 것 같은 그 요상한 느낌....!

그 싸한 느낌을 지우지 못한 채 잠이 들어버렸다.



출산 D-1일.

새벽 2시 15분.


그 요상한 느낌과 함께 잠을 자다가 어김없이 소변이 마려워서 화장실에 갔다.

잠결에 눈도 채 뜨지 못하고 볼일을 본 후 힘겹게 실눈을 뜨며 휴지를 들었는데......


매달 만남을 이어갔었지만 임신으로 인해 지난 열 달 동안 보지 못한,

열 달 동안 잠시 헤어져 있었다고 잊을뻔한 애증의 나의 빨간 친구.


그 빨간 친구와 비슷한 무언가를 마주하게 됐다.


안녕? 난 이슬이라고 해.




* 이슬 : 자궁 입구를 막고 있던 점액이 빠져나오는 것으로서, 피가 조금 섞이면 혈성 이슬이라고 합니다. 보통은 피가 몇 방울 정도 나오지만 생리처럼 많은 양이 나오는 임산부도 있습니다. 이슬은 진통이 가까웠음을 예고하는 믿을 만한 징조입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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