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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와한 출산기 3

진통인 듯 진통 아닌 진통 같은 너

by 세잎

이슬 친구를 맞이한 지난 화에 이어,

이번 화를 시작하기 이전에 나의 상태 한 가지를 더 적어보고자 한다.


나는 통증에 대한 감각이 다소 무딘 편이다.

아니면, 통증은 통증대로 잘 느끼는데 그저 잘 참는다고 하는 게 맞는 걸까?


원래도 힘든걸 힘들다고 잘 말하지 않는 편인데 통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같은 통증에 어떤 사람은 바로 "악!" 소리를 낸다면

나는 아무리 아파도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이 정도는 다들 참는 정도겠지? 에잇, 조금만 더 참아보자.'하고 우선 참는 편.


이러한 통증에 대한 마음가짐(?) 때문인지, 출산 과정에서도 많은 분들이 '우와'하고 놀란 경우가 여럿 발생하게 된다.


지난 새벽에 이슬을 발견하고도 나는 이게 이슬이 맞는 건가 아닌 건가 계속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이슬은 "진통이 가까웠음을 예고하는 믿을 만한 징조"라고 하지 않았던가.


'진통? 이게 진통인가...?'


진통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위해 내 몸 세포 하나하나 온 신경을 집중해 보았으나 당최 알 수 없었다.

물론 이슬을 본 후로는 통증이라 하기는 뭐 한(내 기준에서) 사르르 한 느낌, 수축되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음.. 그렇지만 역시 아프진 않은걸?


그렇게 진통인 듯 진통 아닌 진통 같은 가진통을 느끼며 새벽을 보내고, 아침에 진짜 이슬이 맞았던 건지 확인차 병원을 가보기로 했다.


출산 D-1 (이슬을 처음 본 새벽과 같은 날)

오전 11시


병원에 가서 새벽 증상을 말씀드리니 양수가 잘 있는지 양수검사와 함께 내진을 해주시겠다고 했다.


* 내진 : 임산부에게 내진을 시행할 때는 자궁경부의 경도(딱딱한 정도), 길이 및 자궁경부가 얼마나 열렸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할 때 내진을 시행한다. 분만 진행 중에는 진행 상황을 알기 위해 내진을 반복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굴욕 3종세트 중에 하나로 알려진 내진을 벌써 하게 될 줄이야. 만삭 정기검진을 받기로 한 날보다 한참 전이라 아직 내진을 경험해보지도 못했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내진을 하게 될 줄이야.


내진을 한 결과,

양수 정상, 태아 정상.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슬 친구가 맞았군요.)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중요한 건 이미 자궁문이 2.5cm가 열린 상태라는 거예요.
이제부터는 진통이 10분 간격으로 지속될 때 바로 내원하세요.


'10분 간격이라. 오케이 10분 될 때까지 아무리 아파도 잘 참아보겠어!'

나름 굳은 의지를 다지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또 점액질의 이슬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전보다 많은 핏덩어리도 함께 묻어있었다.

그리고 지난 새벽에 느낀 사르르 하고 수축되는 느낌을 조금은 더 강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아프진 않더라도 비슷한 느낌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었기에 처음으로 진통 어플을 켜서 진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서 출산 후기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이런 이야기들이 많았다.


"집에서 진통 느껴지면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병원 가세요!!"
"일찍 병원 가봤자 자궁문 열리지도 않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어요."
"어차피 진통시작하고 출산까지 엄청 오래 걸리니까 웬만하면 편한 집에서 진통 버티다가 오는 게 나아요."


'그래, 난 지금 살짝 불편한 정도지 이걸 아프다고 할 순 없지 않을까?'

'이 사르르 한 느낌이 반복적으로 15분 간격으로 지속되기는 하지만 이걸 통증이라 말하기도 좀 뭐 한데......'

'선생님이 10분 간격일 때 오라고 하셨잖아? 사람들이 웬만하면 최대한 집에서 버티다 가라던데.'

'중요한 건 지금 난 별로 아프지 않아. 버티고 말고 할 것도 없는걸'

일련의 여러 생각들 끝에

이 정도는 진통 축에도 못 낀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그냥 밤을 보내기로 했다.




이때는 간과했었다. 내가 남들보다 통증에 둔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잊지 말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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