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교사다 보니까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어. 그게 엄마가 가르치는 과목의 전문적인 지식일 수도 있고 지식 외적인 부분일 수도 있어. 사실 엄마는 지식적인 부분보다는 지식 외적인 부분들을 가르치는 데에 조금 더 공을 들이는 편이란다.
이번에 말하고 싶은 부분도 바로 지식 외적인 부분이야. 학교에서 담임을 맡게 되면 참 많은 경우에 학생들을 보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어.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해서? 아니.
학생들이 하도 말을 안 들어서? 아니.
엄마가 교사로서 가장 아쉬울 때는 학생들이 '처음이 되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할 때야. 요즘 많은 학생들은 여러 순간에서 앞에 나서길 꺼려하는 것 같아. 단순히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솜씨를 뽐내야 하는 순간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앞에 나서야 하는 순간 말이야. 오히려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서로 제일 먼저 발표하기 위해 있는 힘껏 손을 뻗지.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처음이 되려고 하는 학생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어.
예를 들어, 학급에 다소 소극적인 친구가 있다면 조용히 먼저 그 친구에게 다가가 손내밀 줄 아는 순간이라던지. 학급 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굳이 내가 떨어뜨린 게 아니라 할지라도 내가 먼저 주워서 쓰레기통 안에 버리는 순간이라던지 말이야.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학생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처음이 되는 그 두려움을 이기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아. 엄마도 '교사인 나 자신은 먼저 손 내미는 순간들이 있었던가' 되돌아보게 되더라고. 정말 별거 아닌 거 같더라도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용기가 필요했던 건지 엄마도 쉽지 않은 순간들이 많았던 거 같아.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강요를 하지 않고 교사인 나부터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하곤 해.
학기 초에 학급 임원들을 불러서 『1cm』책의 저 구절들을 손 편지로 적어서 준 적이 있어. 학급 반장이라는 이유로 원치 않지만 앞에 나서야 할 때도 있을 거고, 학생들이 뽑아준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마음에 내키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잖아. 그때 임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던 거 같아.
우리 반의 처음이 되어줄 수 있니?
단순히 생활기록부에 학급임원 기록한 줄, 점수 몇 점 더 얻으려고 임원을 하려고 했다면 지금이라도 그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고. 쉽지는 않겠지만 처음이 된 너로 인해 너를 닮은 더 많은 친구들이 우리 반을 아름답게 만들 거라고. 기꺼이 우리 반의 여러 순간들에서 처음이 되어주기를, 처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너의 그 처음을 선생님이 함께해 주겠다고.
아들아, 너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뭔가 거국적이고 위대하고 거창한 순간에서의 처음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의 처음이 되는 용기 말이야. 기꺼이 웃고, 기꺼이 노래하고, 기꺼이 툭툭 털고 일어나고, 기꺼이 사랑을 말하는 네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의 저자는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데에 처음부터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 살면서 여러 순간들에 네가 처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어.
아무리 사소한 순간이라 할지라도 '사소함'이라는 것이 상대적인 것이기에, 그 모든 사소함이 너에게는 사소하지 않은 순간일 수 있어. 그래서 모든 순간 무조건 처음이 되라고는 하지 않을게. 하지만 기꺼이 처음이 돼 보고자 하는 순간이 생긴다면 용기 내어 처음이 되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