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 『언어의 온도』중에서
며칠 전에 우리 가족은 강원도 고성으로 여행을 다녀왔어.
넌 너무 어려서 지금은 기억이 안 나겠지만, 3박 4일간의 강원도 여행은 사실 계획된 여행이 아니라 갑자기 결정된 즉흥여행이었단다. 엄마랑 아빠가 즉흥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쉼'이 필요했기 때문이야. 떠나야겠다 생각했을 때 우리에게 이미 '쉬어야 한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었어.
엄마로 말하자면,
이미 육아휴직을 하며 '휴직'을 하고 있었으니 충분히 쉬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 혹시 그런 생각을 지금 하고 있다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진 말아 주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을 당시 엄마는 작디작은 너의 손발이 되어주며 부족한 잠으로 다크서클이 턱끝까지 내려오던 때니까 말이야. 경제적 노동은 쉬고 있었지만 육아로 인한 육체노동은 과부하되어 있던 상태였어.
아빠로 말하자면,
우리 집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일하느라 늘 고생하시는 건 너도 알지? 우리가 강원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사실 아빠이기도 해. 며칠 전에 아빠 회사가 더 멀리 이사를 가면서 아빠가 조금 더 힘들어지셨었어.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여러 가지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았었나 봐. 출근해서는 회사일에 퇴근해서는 육아일에 지칠 만도 하지. 요즘 부쩍 건망증도 심해지고 스트레스성 위염에 장염에 몸이 안 좋아지는 거 같더라고.
엄마아빠는 돈보다 중요한 게 지금 현재의 행복, 그리고 그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우리 가족의 건강이라고 생각했어. 책임감이 넘쳐서 힘든걸 꾸역꾸역 참아가고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가며 일한들 건강을 잃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지. 그래서 절대 우리 앞에서 힘들다 얘기하지 않는 아빠가 남몰래 조용히 한숨을 내시며 힘들다는 말을 읊조리는 걸 들었을 때 엄마가 아빠에게 다가가 말했단다.
내일이라도 당장 사직서 내셔도 돼요.
아니, 내일 바로 내고 오세요!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었어.
아빠의 능력을 엄마는 믿었기에 지금 며칠, 몇 주 쉬어간다고 해서 인생이 망가지지도 돈을 못 벌지도 않을 거란걸 엄마는 알았어. 지금 회사를 그만둬도 아빠의 능력이면 바로 또 새로운 회사로 이직할 수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단다. 그리고 아빠 혼자 우리 집을 책임져야 할 의무도 없을뿐더러 엄마가 많이 벌지는 못하더라도 엄마 역시 어느 정도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말이야. 지금 아빠에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 '쉼'이라고 생각했어.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정작 진짜 소중한 걸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더 힘들어했을 아빠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 더 단호하게 다니던 회사의 퇴사를 추천했어.
결국 아빠는 엄마 말을 듣고 다음날 쿨하게 사표를 내던지고는 바로 우리는 강원도로 떠난 거였단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남편에게 쿨하게 사표를 내던지고 오라는 아내, 그때 엄마 좀 멋있지 않았니?)
엄마는 단지 지금 우리에게는 경제적인 여유보다 더 중요한, 더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거였어. 가령, 다시 오지 않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여행을 하며 함께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던지 말이야.
그렇게 떠난 우리의 여행은 어느 때보다 즐겁고 완벽했단다.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우리는 완벽한 쉼을 통해 우리 가족, 앞으로의 삶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올 수 있었어.
'쉼'을 통해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어왔지.
그날의 여행 덕분에 그저 현실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라 바빠 미처 뒤돌아 보지 못했을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어. 그리고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되살피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단다.
『언어의 온도』의 저자는 이렇게 말해.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라고.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라고.
사실 많은 현실들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우리의 마음속 소중한 이야기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기도 해.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의 발목을 잡기도 한단다. 그것이 경제적인 현실일 수도, 시간적인 현실일 수도 다양한 현실의 문제일 수 있지.
그러한 현실을 부정한 채 단순히 도피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란다. 다양한 현실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가장 먼저 '조급함'이 생기기 마련이야. 나만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급함,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하는데 하는 조급함 등 다양한 이유의 조급함이 생기곤 해. 그럴 때 잠깐의 쉼을 통해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았으면 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놓치고 있었던 삶의 우선순위도 되돌아보고,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고 말이야.
이번 강원도 여행 중 아빠와 너와 함께 갔었던 서점에 때마침 이런 글이 쓰여 있더라.
"REST 휴식"
하루에 얼마의 시간을 휴식에 쓰이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잠시 멈춤이 있어야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자라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쉼 또한 연습과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열네 번째 키워드에서는, 잠시나마 숨을 고를 수 있도록
휴식에 대한 탐구와 고찰을 제안합니다.
출처 : 문우당서림
오늘도 내가 놓치고 간 소중한 무언가는 있지는 않았는지,
가치 있는 풍경을 놓치며 살아가지는 았았는지 되돌아보기를 바라.
혹시 오늘 하루 종일 고개를 떨구느라 다시 오지 않는 오늘의 풍경을 놓쳤다면,
내일은 고개를 들어 따스한 주황빛 노을을 바라볼 수 있기를,
그 노을이 너의 고된 하루를 녹여줄 테니.
사진: Unsplash의Bud Helis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