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었어?

『오늘이 너무 익숙해서』중에서

by 세잎

사소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밥은 먹었어?"라고 묻는 일

체한 등을 두드려 주는 일

힘든 날 토닥토닥 해주는 일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일


- 『오늘이 너무 익숙해서』중에서




오늘도 아침 시작은 너의 외할머니와의 통화로 시작했어.

할머니와 통화를 할 때면 늘 할머니가 엄마한테 물어보시는 말이 있어.


밥은 먹었어?


할머니는 엄마의 식사 여부가 왜 그렇게 궁금하신 건지.

"밥은 먹었냐, 이서방 밥은 잘 차려줬냐."

밥 얘기로 몇 분은 시간이 훌쩍 지나간단다. 물론 이제는 엄마도 지지 않고 되묻지.

"엄마는 밥 드셨어요?"



밥을 먹었냐는 이 짧은 질문에 상대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잘 담겨있다는 걸 엄마도 어느 정도 크고 나서야 알았단다. 대학생 때만 해도 '아니 내가 애도 아닌데 뭘 그렇게 밥 먹었는지를 물어보시는 건지. 어련히 잘 먹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거든.


근데 이상하게도 밥을 진짜 잘 챙겨 먹었을 때는 저 질문이 귀찮은 질문 같기도 하고, 굳이 왜 물어보나 싶을 때도 있었는데 정작 끼니를 잘 챙겨 먹지 못했을 때는 저 질문이 참 마음에 와닿는 거야.


저 질문 하나가 왠지 엄마가 나의 하루를 옆에서 같이 지켜봐 주고 날 걱정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괜히 밥을 못 먹었다고 하면 마음 아프실 엄마가 되려 걱정되서인지 복잡한 마음도 들고 말이야. 그제야 엄마의 다섯 마디밖에 안 되는 저 짧은 질문이 얼마나 많은 마음을 꾹꾹 눌러서 전한 말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어.


단지 식사여부를 물어보는 말인데 그 사소한 말 하나에서 "너의 오늘 하루는 어땠니? 힘들지는 않았니? 그래도 끼니는 거르면 안 되는데...... 집에 오면 맛있는 거 해줄게. 먹고 싶은 거 생각해 와." 이런 많은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어. 너무 힘든 하루, 끼니를 놓쳐가며 일했던 나의 하루가 저 다섯 마디로 위로받는 듯했단다.




참 사소한 말인데, 너무 많은 마음들이 오고 가지 않니?


우리가 살다 보면 "밥은 먹었니?" 같은 사소한 말들을 많이 주고받을 수 있어. 말 뿐일까.

『오늘이 너무 익숙해서』저자가 쓴 것처럼, 체한 등을 두드려 주는 일이라던지, 힘든 날 그저 말없이 토닥토닥 해주는 일이라던지 사랑해라며 안아주는 행동들일수도 있고 말이야.


그런데 이러한 사소한 말과 행동이 너무 사소해서 그런지 우리가 놓칠 때가 많아. 너무 사소해서 굳이 물어볼 생각도, 굳이 행동할 생각을 하지 못할 때가 많은 거지. 귀찮게 여겨질 수도, 낯부끄러운 행동이라 생각할 수도, 갑자기 왜 이러나 생각할 수도 있고 말이야.


"상대를 생각하는 사소한 말과 행동"을 너무 당연시 여기는 바람에 상대에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언젠가 우리가 후회하게 될 수도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잖아.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지는 않으니까.


아주 사소하지만 그 사소한 말과 행동이 다른 날, 다른 순간이 아닌 바로 그날, 그 순간 했어야 할 수도 있단다.




네가 이 글을 읽을 때면 엄마보다 키가 훌쩍 커있겠지만, 지금 너는 엄마가 한 손으로도 번쩍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소중한 아기란다.


어떤 날은 네가 아직 말도 못 하는 아기인데 뭐가 마음에 안 든 건지 울고 떼 부리고 발버둥 쳐서 엄마가 하루종일 곤욕을 치른 날이 있었어. 그때는 진짜 옆에서 같이 울고 싶었지. '나는 너를 키우느라 좋아하는 일도 포기하고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면서 새벽잠도 포기해 가며 너를 안아주고 재워주고 밥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하는데 너는 그런 엄마 마음도 몰라주고 왜 계속 울기만 하니.' 하면서 말이야.


그렇게 너무 힘들어서 같이 울고 싶었던 그 순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 계속 안아달라고 울기만 하는 너를 안아주다가, 문득 이렇게 작고 소중한 내 아기를 아쉬울 것 없이 하루종일 안아줄 수 있는 때가 얼마나 오래갈까 하고 말이야.


지금은 너무 당연해서 정말 사소하게 생각되기도 하는 "너를 안아주는 일" 이 일이 과연 언제까지 나에게 당연한 일이 될 수 있을까.


아무리 딸 같은 아들로 키워서 정 많고 애교 있는 아들이 된다 하더라도 공부하랴 입시준비하랴 바빠지는 날이 온다면 서로 안아줄 새가 없을 것 같은 거야.


이런저런 마음이 들다가 한 책을 읽었어. 그 책의 이런 구절을 읽자마자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바로 옆에서 찡찡대며 울고 있던 너를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꽉 끌어안아줬단다.


육아가 너무 힘든 순간
내 안의 마녀가 나오려는 순간
사춘기가 된 아들을 떠올려 본다.
더 이상 엄마에게 재잘되지 않는,
스킨십은 남사스러워져 버린 다 큰 아이를 떠올려 본다.

어디니, 톡을 해볼까
뭐 필요한 거 없니, 말 걸어볼까
고민하다가 고이 접는 마음.
놀이터에서 재잘대는 어린아이들을 볼 때면
그 시절 나의 꼬맹이가 얼마나 생각날까.

- <나는 예민한 엄마입니다> 중에서


지금은 엄마아빠가 세상의 전부인 네가 한 살 두 살 커가면서 엄마아빠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세상의 전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는 지금 엄마아빠가 매일같이 수십 번씩 지겹도록 너에게 해주는 안아주는 일, 사랑한다 말해주는 일 등이 어쩌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용기 내어 해야만 하는 일일 수도 있겠지.


만약 그렇게 지금의 사소한 일들이 훗날 용기 내어 해야만 하는 힘든 일이 되어버린다면, 한번 더 그 사소한 일들을 해주지 못한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할 것 같아. 사소하다고 느껴지는 그때,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줄걸 하고 말이야.






할머니가 매일같이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는 "밥은 먹었니?" 사소한 이 말 덕분에 엄마는 할머니의 마음을 매일같이 느끼고, 엄마도 덩달아 할머니에게 똑같은 질문을 되물으며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었단다. 그 질문 덕분에 끼니를 더욱 잘 챙겨 먹으며 건강을 챙긴 건 덤이었지.


너도 언젠가는 똑같이 엄마아빠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고 똑같이 되물어줄 수 있는 때가 오겠지?


사소한 행동이 결코 사소하지 않고, 결코 가볍지 않은 상대의 마음이란 것을 기억하길 바라.


지금 네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소하게 전할 수 있는 많은 말들과 행동들, 그것들을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껏 할 수 있음에 감사하기를.

혹시 사소하지만 이미 때가 지나버려 하기 힘든 말들과 행동들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오늘은 용기 내어 보기를.



우리 훗날 서로에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오늘 더 많이 안아주자. 더 많이 사랑하자.


chanhee-lee-dBO0Crt4qC8-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Chanhee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