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잘 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타는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중에서

by 세잎

그런데도 다들 참 즐거워 보였다.

보드를 붙잡은 채 먼바다에 동동 떠서 큰 파도를 기다리는 모습이.

잠시 균형을 잡고서 파도를 타는 시간은 4초에서 5초,

그 짧은 순간을 위해

고꾸라지고 다시 일어나길 개의치 않는다.

(중략)

중요한 건, 여기에서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

얼마나 잘 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타는가 하는 것.


-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중에서




예전에 바다로 여행을 갔을 때였어. 5월이었으니까 아직 바닷물이 많이 찼을 거야. 그때는 바다에 들어가려고 했던게 아니었기 때문에 추운 날씨는 상관없었지.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를 찾아 철썩이는 파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으니까.


그렇게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를 구경하고 어느 해변을 지나가는데, 서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거야. 따뜻한 봄을 떠올리는 5월이지만, 바닷가는 아직 서늘했고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해도 가려져서 더 춥게 느껴진 날씨였어. 그런데 그 날씨에 바다에서 서핑이라니!


물을 무서워하는 엄마는 그저 그들을 쳐다보며 대단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어.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핑을 즐기고 있는 그들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고 말이야. 한참을 그들을 쳐다보다가 갔는데, 딱히 전문가 수준의 사람들은 없어 보이는 거야. 파도에 몸을 맡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계속해서 고꾸라지고, 어떤 사람들은 균형을 잡고 올라가는 것조차도 버거워 보였거든.


"에고, 전문 서퍼가 아닌가 보네. 날씨도 추운데, 몸만 고생하겠구나."


그들을 걱정하고 있던 찰나, 고꾸라져서 물을 왕창 먹은듯한 사람의 모습이 딱 눈에 들어왔어. 차디차고도 짜디짠 바닷물을 연거푸 먹었었지. 서핑을 마치고 모래사장으로 나온 그 사람은 거듭된 실패에 짜증 난 얼굴이 아니였어. 오히려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거야. 굉장히 재미난 일을 했을 때 나오는 함박웃음 있잖아.

그 장면을 생각하니 이 책의 저자가 쓴 "그런데도 다들 참 즐거워 보였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겠더라.


비록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단 4초 내지 5초지만, 그 짧은 몇 초의 시간을 위해 고꾸라지고 넘어지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고 즐길 수 있다는 거지.




우리가 살면서 그런 순간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주 짧은 행복이라도 그 행복을 위해 내가 기꺼이 수고로움과 노력을 자처할 수 있고, 그렇게 얻게 된 그 짧은 시간의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까지도 말이야.


인생에 있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굉장히 큰 축복 같아. 좋아하는 일만을 하면서 살지 못한다 할지라도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그 일을 행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지.


우리는 참 많이 시간에 쫓기며 살잖아. 이 때는 뭘 해야 하고 이 때는 뭘 해내야 하고 인생의 수많은 과업들이 마치 시한폭탄처럼 설치되어 있지. 몇 살까지는 뭘 해내야 한다는 '시한폭탄 해제'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던 거 마냥. 정작 아무도 나에게 그 시한폭탄을 떠넘긴 적이 없는데도 말이야.


한번 나에게 시한폭탄이 있다고 생각된 순간 조급한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야. 그래서 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지. 좋아하는 걸 찾을 시간에 그냥 가이드라인에 있는 대로 남들 다하는, 남들 모두 해야 한다는 그것이나 하자고 생각하며 이유도 모른 채 그 무언가를 하고 있을 수도 있어.


물론 그 일이 마침 내가 기꺼이 좋아할 수 있거나, 혹은 좋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다행이야. 동기부여와 목적이 확실하고, 좋아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꼭 해야 하는 일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이미 하기로 마음먹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일에 대해 계속된 불평, 불만, 내가 왜 이걸 하고 앉아 있나 신세한탄만을 하며 시간을 흘러 보내고 있다면, 그건 잠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서퍼들이 서핑을 즐거워하지 않는다면, 추위를 무릅쓰고 그 수많은 파도들을 기다리고, 고꾸라지고 넘어지는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서퍼들에게 파도의 존재가 있듯이, 너에게도 파도마저 즐거움으로 바꿔낼 수 있는 즐거운 일을 찾았으면 좋겠어. 단 한 가지라도 말이야. 그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꼭 직업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일이 네가 살아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엔도르핀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 줄 거야.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많은 곳을 가보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많은 것들을 실패해 보고, 많은 것들을 도전해 보렴. 해보지 않으면 그것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내가 좋아할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으니 말이야.


직접 바다에 들어가 봐야 서핑을 좋아할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잖아. 모래사장 위에서 아무리 예행연습을 하고 기본기를 연습한다 하더라도 물에서의 실전은 또 다르니까. 직접 파도도 기다려보고,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려본 파도에 고꾸라져보기도 하고, 드디어 성공했나 싶다가도 단 몇 초의 성공 후 다시 또 고꾸라져 보고...... 그 모든 과정을 해봐야 진정으로 '재밌네!' 하는 즐거움의 외마디를 내뱉을 수 있을 거야.


많은 일들을 접해보고, 많은 것들을 해보면서 그 일 속에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지 너 자신을 잘 들여다 보길 바라.


용기 내서 도전해 봤는데 끝까지 성공을 못할 수도 있지, 계속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럴 때마다 기억하렴. 중요한 건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얼마나 잘 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타는가"라는 걸.




물론 네가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거 너무 중요해. 그 일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또 성취를 해내야겠지. 엄마도 네가 잘할 수 있는 걸 함께 찾고 그 잠재력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줄거야.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덜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것만 찾다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거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만큼 좋아하는 것,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길 바라.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잘 생각해야겠지. 떠오르는 게 딱히 없다면 지금이라도 다양하게 많은 것을 접해보고 도전해 봐도 늦지 않아.


고꾸라지고 다시 일어나길 개의치 않을, 짧은 순간에도 기쁨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길 바라. 그 일이 언젠가 네가 정말 힘들 때 너를 웃게 하고 너에게 쉼을 주고,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단다.


'의사 시인'으로 알려진 마종기 시인은 이렇게 말했어.

내 삶에 깊이 영향을 미치는 취미를 갖고 그것을 즐기면, 의사로서 좌절하고 봉변을 겪게 될 때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할 때, 어떤 예술이 주는 힘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 줘요.

-<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중에서




엄마는 글 쓰는 걸 참 좋아해.


요즘 하루종일 너랑 지지고 볶는 육아 하랴 쌓인 집안일 하랴 취미를 즐길 틈이 없다 할지라도 지금 이렇게 너를 재워놓고 눈 비벼가며 글을 쓰고 있잖아. 몸은 피곤하고 눈은 감기지만 뭐 어때. 이렇게 늦은 밤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도 경쾌하게 들리고 이 글을 다 쓰고 들어가 침대에 누우면 그렇게 뿌듯하고 행복한걸. 중요한 건 이 행복이 내일의 육아를 두렵게 하는 게 아니라 다시금 재충전 되어 더욱 힘나게 해 주니까, 그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



너 역시 고꾸라지고 다시 일어나길 개의치 않는, 너만의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 행복한 일을 꼭 찾길 바라.


lacie-slezak-7yqyQQXgOT8-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Lacie Slez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