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 다른 우주의 충돌이다.
오히려 갈등과 다툼질 앞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 사실을 업신여기지 않을 때 오해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 『말의 품격』 중에서
한 10년 전인가?
엄마가 대학생 때쯤 TV 프로그램 중에 <화성인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 엄마도 직접 챙겨보지는 않았는데 채널을 돌리면서 가끔씩 보기에는 여러 신기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인 것 같았어.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화성인이라 부른다.
<화성인바이러스> 공식홈페이지에 나와있던 문구야. 흔히 우리를 지구인이라 말하고, 우리와 다른 우주에서 살고 있을 것 같은 생명체를 화성인이라고 부르잖아.
『말의 품격』의 저자 역시 각기 다른 두 사람을 ‘서로 다른 우주의 충돌’이라며 '우주'를 비유해서 표현했어.
이 구절을 읽으면서 엄마는 "각기 다른 두 사람은 같은 우주 안에서조차 보기 힘든 화성인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 지구에서 만날 수 있는 사이가 아닌 지구 밖 완전 다른 행성의 사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람들 개개인은 너무 다르다는 거지.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거지 않을까 싶어.
이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아니 완전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외모적으로 전혀 다를 것 없는 쌍둥이라 할지라도 서로 취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이상형이 다를 수 있지.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가족들도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화가 단절될 수도 있고 말이야.
인간은 공장에서 똑같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복제된 기계들이 아니라 태아라고 불리는 엄마 배 속에 있는 시간에서부터 손가락 하나하나 눈썹 한 올 한 올까지 저마다 다르게 만들어진 놀라운 존재야. 그러니 아무리 가족이라 할지라도 이해되지 않을 때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너도 가끔 엄마, 아빠가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지 않니? (우리 역시 그래)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가족들에게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이 생길 수 있는데,
하물며 완전한 남은 어떨까?
혹시 며칠 전 학급에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 있니?
이렇게 생각해 보렴.
그 친구는 나와 완전히 다른 우주에서 온 아이야.
그 친구의 행동을 '틀렸다'라고 단정 짓기 전에 '다르다'라고 먼저 생각을 해보렴. 가족조차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싸울 일들이 생길 수 있는데 완전 남과는 당연히 더 부딪치는 일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
우리는 저마다 각자 태어나고 먹고 자라고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 자신만의 우주가 생성된다고 생각해. 365일 24시간 붙어 지내지 않는 한 각자의 우주는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거지.
하지만 우리가 모두 다른 우주라는 이유로 각자 소통도 없이 교류도 없이 외로이 혼자 살아가진 않잖아. 우리가 외롭지 않게 남들과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은, 서로가 완전히 같을 순 없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비슷한 결, 비슷한 사고방식에 공감하며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세상 모든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는 말은 아니란다. 엄마 역시 그건 너무 힘들어. 물론 자신과 결이 맞는 사람들과만 교류하며 살아가는 게 제일 좋겠지. 하지만 살다 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경우에 너와 정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들이 올 수 있단다.
나와 정말 다른 이들과 함께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올 때
“쟤는 왜 저래?”
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저들의 우주는 나와는 좀 많이 다른 결의 우주이구나.”
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어떨까?
그러면 논쟁할 이유도, 감정을 소모할 이유도 이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혹여 논쟁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처음 생각의 시작을 반감으로 시작하느냐 인정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서 그 논쟁의 과정과 결과는 많이 다를 거야. 반감으로 시작했을 때 다른 누구보다 내 기분이 가장 안 좋아지는 건 사실이거든.
- “쟨 왜 저래?"
- “쟤는 원래 저런 애”
이 비슷한 거 같지만 전혀 다른 두 가지 생각이 불러오는 마음의 차이는 굉장히 클 거야.
김신회 작가님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책에서도 이런 부분이 나온단다.
매일 쓸데없는 짓만 벌이는 것 같은
보노보노와 친구들에게도
그들만의 관계 유지의 기술이 있다.
그건 상대라는 존재를 '그러려니'하는 마음이다.
보노보노는 너부리의 괴팍함을 그러려니 하고
포로리는 보노보노의 소심함을 그러려니 한다.
서로에 대해 호기심은 가질지언정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다.
애초에 상대라는 존재에 대해
내가 평가하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쟨 왜 저래?'가 아니라,
'쟤는 원래 저런 애'라는 인정이 그들의 우정 안에는 존재하기에
오늘 싸우고도 다음 날이면
아무렇지 않게 어울린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중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까지 모두 품을 수는 없겠지만 그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너와 비슷한 결의 우주를 찾아가는 인간관계의 지혜가 생기길 바라.
사진: Unsplash의Greg Rakoz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