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처럼 둔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말의 품격』중에서
예민함.
원래부터 굉장히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있는가 반면, 특정 상황에서 예민함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곤 하지. 엄마랑 아빠는 후자에 속하는 편이야.
아빠를 예로 들자면, 아빠는 배고파지면 굉장히 예민해진단다. 너도 느꼈겠지만 평상시 그렇게 흥 많고 즐거운 아빠가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고 표정에 변화가 없이 예민해져 있다면 그건 너에게 무언가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매우 배고플 뿐이란다.
(이럴 때는 아빠 입에 뭐든 넣어주면 조만간 상황이 괜찮아진단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훨씬 더 많은 상황에서 예민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또 너 역시 평소와 다르게 더 예민해질 수도 있어. 엄마는 “예민함” 그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물론 예민함이 불러일으키는 안 좋은 점도 있지만 적절한 예민함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있으니까.
엄마가 여기서 얘기해보고 싶은 것은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과도한 예민함이야. 그리고 타인의 예민함이 아닌 나 자신의 예민함에 대해 그리고 그 예민함과 반대되는 둔감력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
『말의 품격』의 저자는 둔감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어.
“타인의 말에 쉽게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자신이 고수하는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 그렇게 삶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바로 둔감력이다. ”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어떠한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다른 누군가로부터 부정적인 언행이나 질책을 받았을 때, 또 예외적으로 아빠처럼 배고플 때 등등…….
다양한 상황에서 온 신경이 우리를 예민해지게 만들 수도 있어. 한번 예민해지기 시작한 내 마음은 어느 순간 온 감정을 지배하고 내 하루를 빼앗아버리기도 하지.
하지만 고작 그 날카로워진 감정 때문에 내 훌륭한 하루를 망칠 수 없지 않을까? 예민한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내 감정과 내 하루를 잘 통제하려면 책의 저자가 말한 그 ‘둔감력’이 필요해.
아빠가 종종 즐겨하는 말이 있어.
그럴 수도 있지.
둔감력을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딱 저 말이지 않을까 싶어.
마음먹은 대로 안 됐을 때,
“그럴 수도 있지.”
상사한테 질책을 받았을 때,
“그럴 수도 있지.”
누가 지나가다 실수로 내 발을 밟았을 때,
“그럴 수도 있지.”
열심히 한 과제가 한순간의 실수로 날아갔을 때,
“그럴 수도 있지.”
물론 마음이 아픈 순간이 있지만, 그땐 이어서 이렇게 말해보는 거야.
“이미 엎질러진 거 어쩌겠어. 그럴 수도 있지.”
단순히 매사에 곰처럼 느긋하게 여유 있게 살아라는 말이 아닌 건 이제 너도 알겠지?
가끔은 '적절한' 둔감력으로 네 감정과 상황을 잘 통제하길 바라.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변화시키고자 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지고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변화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네 감정을 잘 살펴줘. 과도하게 예민해져 있는 건 아닌지 말이야.
오늘도 혹시 어찌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왔었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툴툴 일어나 보자.
에잇. 까짓 거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사진: Unsplash의Viktor Forga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