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되지 못한 말

『말의 품격』 중에서

by 세잎

쉼이 필요한 것은 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그럴싸한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게 대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때에 말을 거두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숙성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 하다.


- 『말의 품격』 중에서



엄마랑 아빠는 연애 때 편지 주고받는 걸 좋아했어.


아빠가 엄마한테 써준 글들만 모아도 책으로 몇 권이 완성될 정도였으니 말이야. 물론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도 좋아했지만 우리가 편지를 좋아했던 이유는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를 읽을 때면 서로의 마음이 더 잘 느껴졌기 때문이야.


아주 잠시라도 써 내려가던 펜을 멈추고 이 표현이 맞을까 이 단어가 적절할까 고민했을 상대방의 정성 어린 마음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해. 펜이 멈춤으로 생긴 쉼이 편지의 내용을 더욱 숙성시키고 상대의 진심을 잘 전달할 수 있었지.


KakaoTalk_20231014_105006295_02.jpg 아빠가 엄마에게 써준 엽서




사랑의 표현을 주고받는 연인 사이의 편지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이 '쉼'은 필요한 것 같아.

쉼 : 무언가의 행동을 잠시 멈추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


『말의 품격』책의 저자는 이 쉼이 행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말에도 해당된다고 하고 있어. 말에도 쉼이 있어야 한다는 건 단순히 말을 잠시 멈추라는 건 아니야. 저자가 말하듯이 ‘적절한 때’가 중요하다는 거지.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 알지? 세 치면 약 9cm 정도인데, 10cm도 되지 않는 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거야. 말을 함부로 했다가 상대방에게 엄청난 상처를 줄 수 있잖아.

세 치 혀로 사람을 잡지 않으려면 쉼이 필요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아야 해. 사람들은 말해야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화 중에도 눈치싸움을 하듯 어느 타이밍에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곤 해. 하지만 어느 타이밍에 말을 멈춰야 할까도 아주 중요한 문제인거지.


청산유수처럼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만이 대화의 핵심이 아니란다. 특히 조언을 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서로 갈등이 있어서 오해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이 쉼의 중요성은 커져.




‘내가 하려던 말이 지금, 이 상황에 적절한 말인가?’


말 한마디라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입 밖으로 그 말이 나오기 전에 단 3초라도 잠시 멈춰보렴. 그 짧은 단 3초의 쉼이라도 대화에 큰 영향을 줄 거야.


단 3초라도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공감의 언어를 떠올려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고,

오해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적대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언어로 진심을 전할 수 있어.

용기를 줘야 할 상황이라면 쉼을 통해 생각해 낸 단 하나의 언어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단다.


잠깐의 쉼일 뿐인데 몇 시간을 우려낸 사골처럼 따뜻하고 진국인 언어가 완성될 거야.


적절한 때에 침묵으로 언어를 숙성시켜 따뜻한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네가 되기를 바라.


alexas_fotos-CznLnS3cj0U-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Alexas_F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