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05 종이일지

by 못 쓰는 소설가

지난 월요일 새벽까지 붙잡고 엽편소설 하나를 끝냈다.

두 번째 소설이다.


이번에는 좀 더 빨리 써졌고, 더 많은 상황을 설정했고, 인물의 마음에 들어갔다 나와보는 연습을 했다.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인물의 마음을 상상하고 행동을 그려내는지, 조금은 비슷한 방식을 취해본 것 같았다.

'소설을 쓴다는 건 자신이 만든 인물에 계속해서 말을 거는 작업'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얼추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것만 해도 초심자에게는 너무 큰 성장이다.

써 보니 이 과정이 재미있다. 또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역시, 써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점에서,

평생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던 시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를 실패로 여기던 시점에서 벗어나


일단 행하고 무언가를 깨우치고

불안한 나를 알아차리고 해내지 못해도 받아들이고

초라해지는 건 순간이며 내 선택에 당연히 따라오는 일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남들은 이 과정이 하루도 채 안 걸리기도 하겠지만

난 늘 이렇게 느린 사람이었는데, 새삼 어쩌겠나.


완성형을 목표로 달리는 것보다

어제보다 오늘 더 자란 걸 느끼고 충실한 하루를 보낸 마음이 더 든든하게 느껴진다.

그냥 이렇게 떠다니다 만나게 되는 곳에 머물고, 또 떠다니면 되겠지.


그동안 너무 바깥세상의 기준으로 살아왔다.

사회적인 관점에서 나를 재단하고,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일하고, 그래서 많이 지쳤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했다는 기쁨과 성장을 우선시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살면서 삶이 완성에 도달하는 일은 없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더라도 그것이 자연히 유지되지는 않는다.

수련처럼 행하고 거기서 기쁨을 느끼는 거면 충분하다.

지금 좋은 것을 하자. 이대로도 괜찮다.

작가의 이전글260131 종이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