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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샘 Sep 04. 2020

학생 참여라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초등신규교사를 위한 

"나는 교장이나 관리자가 명령적으로 지시를 하면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명령식으로 지시를 했다는 것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연수에서 신규교사가 말했습니다. 언틋보면 틀린말 없는 자기반성이지만 문득 그런 반성을 하고 있는 신규교사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신규교사는 리더십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부터 임용에 이르기까지 많은이들이 학생참여와 민주주의를 강조하다보니 교사가 중심이 되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을 터부시 여기는게 요즘의 신규교사들입니다. 수업상황에서 벌어지는 문제행동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애써 친구로 쌓아놓은 관계를 헤친다는 생각에 대응하기 어려워 합니다. 그래서 신규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 등에서는 도리어 친구같은 선생님은 되지 말라는 강조가 매년 반복됩니다. 


교사가 친구같은 행동을 할 때 학생들은 처음에는 반기지만 무정부 상태와 같은 교실 상황에 학생들은 교사다운 모습이 없는 담임교사에게 이내 곧 불만을 갖게 됩니다. 학생들이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지 못한다고 탓할 수도 없습니다. 친구같은 선생님의 교실에서 학생들은 교사를 불신하고 학생리더를 더 따르게 되고 이는 교실붕괴로 이어집니다. 


신규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낮은 자세에서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을 구분하고 꼭 필요한 통솔능력을 기르는 것이 먼저입니다. 능력이 있을 때 하는 선택이 비로소 의미 있는 것 입니다. 약자의 자비는 자비가 아니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신규교사들이 하는 대표적인 오해는 본인의 학급운영에 있어 학생의 참여율을 높여야만 한다는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생의 참여율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의 예를 들면 초등교육현장에서 수업 중 자리를 배치하는 것에 관한 논의를 들 수 있습니다.

신규교사 연수에서 강사들은 학생의 선택을 존중해야하기에 자리배치의 권한과 방법을 학생에게 맡기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가령, 남학생이 먼저 앉고 여학생이 자리를 선택하는 방식이나 무작위 배치 후 일정한 범위에서 자리를 변경하도록 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폭넓게 주었을 경우 따돌림이 우려되는 학생 등 상대적 약자에 속하는 학생들이 소외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실제로 교사연수에서 민주적인 교실문화와 관련하여 자리배치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강사와 대화를 나눌일이 있어 이에 대해 의견을 여쭈었습니다. 강사 선생님은 해외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교사가 자리를 배치하는 방식에 비해 학생들이 자리를 결정하는 방식이 무조건 더 옳은 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보다 민주적인 교육문화를 갖고 있는 곳에서도 자리배치에 관한 정답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학생참여나 민주주의가 강조되고 있다보니 교사 연수에서는 학생의 참여율이 높은 방식이 '더 옳은 것처럼'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님을 알기에 적절한 방식을 택하지만, 

경험이 없는 교사들은 연수에서 들은대로 시도하게 되고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분명 연수에서 들은대로 더 옳다고 믿는 방식대로 했는데 학급에서 실패하게 되면 

자신의 역량이 부족해서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주변에 조언을 해줄 사람이 있다면 금방 벗어날 수 있겠지만 

스스로 헤쳐나가기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선생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요?


[초등신규교사를 위한 안내서]에서는 신규교사가 겪는 다양한 고민들을 색다른 시선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더 좋은 글을 원한다면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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