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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릴랜서 Oct 14. 2023

프리랜서 커리어 로그 - 나의 외국 회사 면접기(2)

지난 날의 우당탕탕 면접들

사진: Unsplash의Clem Onojeghuo

이전 글에 이어 외국 회사 면접 내용을 이어 다루고자 한다. 미리 이야기 하자면 LinkedIn에 영어로 프로필을 만들고 계속 업데이트를 하면 헤드헌터나 리크루터들로부터 꽤 많은 연락이 온다. 나도 대부분 이렇게 면접 기회가 생겼다.



무기계약 프리랜서와 100% 재택 정규직


실제 면접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면접을 봤던 고용 형태에 대해 살짝 설명하자면, 나는 무기계약 프리랜서와 100% 재택 정규직이었다. 무기계약 프리랜서의 경우 보통 일주일에 몇 시간으로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있어 직원처럼 특정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 수 있는 한 편, 본인의 프리랜싱 작업도 계속 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00% 재택 정규직인 경우에는 프리랜서처럼 업무시간을 조금 유연하게 본인이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아직 한국 지사가 없거나 한국 팀의 규모가 작거나 혹은 외근이 많은 직무인 경우 100% 재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첫 영어 면접의 기억


처음으로 내가 영어 면접을 보게 된건 외국계 광고 에이전시 면접이었다. 이것도 헤드헌터를 통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일본팀과 한국팀이 APAC 지역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출장도 더러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었으나, 면접은 일반적인 대화와는 다른 문제기 때문에 말하기 준비를 했었다.


면접날이 되었을 때, 들어오셨던 분은 한국분이셨고 면접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나는 외국인과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한국인과 영어로 이야기 나누는 것을 더 어색해하는 편이라 말을 하면서도 내가 어색해하는 것이 스스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한국인에게 영어로 이야기할 때는 한국어로 하고 싶은 말이 먼저 떠올라서 뇌가 번역작업을 거쳐 말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중간에 '인강(인터넷 강의)'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한국어로 인강이라는 말이 먼저 떠올라서 말문이 막혔다. 아주 간단하게 online class라고 하면 되었을 일인데 인터넷 강의라는 단어에 사로잡히는 바람에 영어로 인터넷 렉쳐라고 하지 않는데.. 하며 단어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동안 내가 말을 못하자 그 분께서 한국어로 해보라며 말씀하셨다. 너무 간단한 단어를 떠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어찌저찌 면접이 끝나고, 면접에 참여할 때 자신감이 좀 더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진 능력에 비해 그걸 보여주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면접을 보고 나서 면접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약간의 아쉬움은 들었지만 그래도 첫 영어 면접의 기억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또다른 지난 날의 우당탕탕 면접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국적의 회사들과 면접을 보았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면접 사연이 있었다. 몇몇은 한국 회사와도 똑같이 있을 수 있는 일들이지만 여러 사연을 남기며 우당탕탕 지나간 나의 면접 사연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1) 1차를 통과했더니 포지션이 사라졌다!

Upwork라고 하는 프리랜서 플랫폼이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큰 프리랜서 플랫폼이다. 규모가 큰 만큼 당연히 Enterprise 서비스도 있는데, 회사들이 프리랜서를 고용할 때 Upwork에서 직접 찾아주는 것이다. Upwork의 PM이 나한테 연락이 와서 스크리닝 면접을 보게 되었고 해당 스크리닝을 통과해서 해당 회사의 HR manager와의 인터뷰 일정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갑자기 회사에서 포지션을 없애는 바람에 무산된 경우가 있었다.


2) 단가를 제시하니 당황하고 사라진 회사

나는 영상 편집자로 나를 소개하고 있긴 하지만, vlog나 예능형 영상 편집은 전혀 하지 않는다. 영상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고 나는 예능형 편집이랑 너무 안맞아서 일찌감치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LinkedIn으로 연락이 왔길래 부업으로 한 번 해볼까하고 면접이나 보자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제시한 단가가 터무니없이 낮아서 웃으며 그 가격에는 안맞아서 못할 것 같다고 말하니 몹시 당황해했다. 보통 얼마에 작업하냐고 해서 방금 말한 단가의 3배 정도부터 시작한다고 했더니 설득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허허.. 그렇구나 이렇게 웃던 모습이 기억난다. 괜히 높은 가격을 부른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해당 회사에서 제시한 가격으로 맞춰 일하면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3) 세상에는 다양한 악센트의 영어가 존재하고 나는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스페인 회사랑 면접을 보게 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미국 회사와 일하고 있기도 하고 캐나다에 살고 있어 다양한 악센트에 익숙해졌지만, 면접을 보던 당시만 해도 나는 다양한 악센트에 노출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스페인어와 영어는 철자가 거의 같거나 비슷한 단어들이 많은데 발음이 다르다. 그런데 면접관이 이야기할 때 SNS을 '쎄네쎄'라고 했고(스페인어에서 S는 에쎄, N 에네) 중간중간 단어에서 여러 스페인어 단어들이 들렸다. 예를 들어, important(임폴턴트)는 스페인어로 importante(임뽀르딴떼)인데 그냥 임뽀르딴떼라고 하는 식이다. 제2외국어로 스페인어를 했어서 몇몇은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마트가서 장보고 안부 묻는 정도의 간단한 일상 회화나 가능한 수준이라 면접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면접 내용의 30%~40% 정도 밖에 못 알아들은채 끝났다. 중간에 이미 멘탈이 박살났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이 영어로 안떠올라서 답답했던 적은 있었지만 못 알아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사실 면접 내내 악센트가 익숙하지 않아서 천천히 말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까? 하며 엄청나게 고민했지만 결국 해당 내용을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말하지 못했다. 아직도 이 부분은 어떻게 이야기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음 편에는 내가 감동했던 면접 이야기로 찾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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