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란 존재할까?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을 보고 듣는다.
OTT처럼 새로운 이야기 유통 플랫폼들이 급성장하면서 이야기들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이야기들이 어디서 본 적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영화관에 걸리는 영화들이나 TV 드라마에서 말이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광고하는 '위쳐'를 잠깐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보자마자 '스카이림'이라는 게임이랑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다. 나중에 찾아보니 '위쳐'라는 게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세계관과 설정을 가진 게임은 이 두 게임만이 아니다. 주인공의 구체적인 직업과 대결 상대는 다르지만 주변 배경의 생김새나 종족, 마을 배경 등의 설정은 비슷하다.
그런데 어떻게 실존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설정을 이렇게 비슷하게 만들어 낸 것일까?
대중매체에서는 <반지의 제왕>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의 저자인 톨킨은 여러 신화들에 등장하는 종족들과 서사들을 하나로 엮으면서 판타지 세계관을 집대성했다.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지면서 엄청난 시각자료들도 제공했다. 판타지의 백과사전이자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위쳐'나 '스카이림' 같은 이야기들은 원형 텍스트인 <반지의 제왕>의 그늘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더 나아가면 <반지의 제왕> 역시 신화의 그늘에서 재생산된 이야기 아닐까?
위에 말한 것처럼 끊임없이 따지고 들어간다면 지금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들은 이미 예전에 나왔던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이야기들이 모든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글쎄..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모두 같은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같은 이야기라고 보긴 어렵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후대에 영향을 끼친 혹은 끼칠 법한 작품들에 대해서 다루어 보려고 한다. 어떠한 이야기가 새로운 소재나 캐릭터나 세계관 등을 제시하였는지 분석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즉, 앞으로 이 시리즈의 글에서 다룰 작품들은 이전에 없던 캐릭터, 소재, 세계관을 제시하거나 혹은 이전에 존재하던 소재이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연출 방식 등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들이다. 그리고 범위는 영화와 드라마 정도로 한정한다.
기준점이 되는 작품인지 판단하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1. 참신성 - 단순히 시기적으로 앞선다고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시기적으로 앞서는 것도 중요한요건이지만 새로운 소재, 혹은 같은 소재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형식이라는 점에서 참신성을 획득해야 한다.
2. 대중적 성공 - 이건 정말 현실적인 조건이다. 이 작품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해당 작품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적 성공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권위와 생명력을 얻어야 한다. 언젠가 이야기가 소멸되고 만다면 결국 그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3. 지속적인 관심 - 대중적 성공 이후의 문제이다. 성공으로 권위를 획득했더라도 해당 소재와 형식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져 더 이상 후대에 그에 관한 이야기가 쓰이지 않는다면 결국 해당 이야기는 소멸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선 두가지 조건보다는 그 중요도가 조금 떨어진다. 대중적 성공을 거둔 작품이 있으면 한동안 지속적인 관심을 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어떠한 이야기들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을까?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