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1.

아버지를 보았다

by HUN



딱딱한 말투, 굵직한 목소리.
잔상처가 많은 투박한 손등과 이제는 노쇠한 눈.

거즘 35년을 지내온 직업과의 안녕, 주말 간 아는 사람의 컴퓨터를 조립하고 있는데, 그가 내 옆으로 와 이것저것 물어본다.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라 치부했다.

등록금이 없어 뒤로한 대학교, 내가 나온 뒤 다시 입학한 모 대학의 전산응용학과.

그곳에서 배웠던 컴퓨터가 지금은 아들의 소일거리로 변했다는 것이 세월이 무색하다는 말 한마디로 많은 것을 토해냈다.

이내 내가 설명하면 아버지는 설명을 듣는 형태에서 내가 부탁하면 아버지가 작업을 해주는 형태로 바뀌면서 작업이 조금 더뎌졌다.

아버지가 계속 물어보니 내가 짜증이 조금 났었는데, 아버지가 내가 조립하는 걸 보면서 "너도 예전에 내가 뭐 만들면 옆에서 물어봤었는데."라고 말하셨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내가 이러고 있다.
말이 귀에 들려오자 내 마음이 울컥했다.

내가 존경하는 아버지가. 하늘 높은 줄 알았던 그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높고 낮음의 존재가 아니라 그냥 거대한 공간 그 자체.
딱딱하지만 온화한 말투, 굵직하고 나긋한 목소리.
잔상처가 많고 투박하지만 따듯한 손등과 노쇠해서 안경을 써서 유순해진 눈.

아버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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