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Z의 눈은 아직도 검은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생각해?"
Z에게 말했지만 Z는 대답하지 않았다.
"....."
가만히 Z를 바라보자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무슨 생각해?"
"...? 아 그냥 이런저런 생각."
눈에선 아직 지우지 못한 검은색 농이 뚝뚝 떨어졌다.
"지랄하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Z가 웃었다.
"하 참나, 지는!"
Z가 웃으니 그 어두움은 금세 종적을 감추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의 사이었다. 눈에선 다시 또 그 그을음이 피어올랐고, 쌍꺼풀이 없는 민자 눈엔 구슬픔만 피어오른다.
"난 그런 거 중요하지 않아."
내가 말했다.
"앞뒤 다 잘라먹고 무슨 헛소리야."
"첫, 처음, 초행, 시작."
"...."
"굳이 말하자면 난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Z의 눈엔 눈물이 떨어진다.
"....."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지금이 중요한 거지. 가령 그 사람에게 더럽혀졌던, 그 사람이 위해줬건, 네가 그 당시에 무슨 일을 했건 중요하지 않아. 너와 나 사이에는 현재가 있고. 그건 매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함께 하는 노력만 있을 뿐이야."
나는 Z를 바라본다.
"중요하지 않아."
그날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너를 품었다.
......
Epilogue.
[따르르릉-]
여보세요?
어 잘 지내지, 형은 뭐하고 지내?
나야 뭐 똑같지. 잘 하고 있지 내가 누구야~
아니, 똑같아, 시간 졸라 안 간다. 몰라, 난 죽을 것 같아 한 302일 남았어.
아 Z? 걔는 뭐한데? 내가 학교 다닐 때 걔랑 스릴 넘쳤잖아. 아 왜 우리 개강 모임 했을 때!
그날? 아니 씨바 내가 먼저 그 꽐라년 데려다줬거든 집 가까운 방향이라? 근데 그 썅년이 내 어깨에 막 얼굴을 비비는 거야, 흰 티셔츠에 브라 끈이 막 보이는데 와 그때 형 없었지?
아니 먼저 갔었다고?
진짜 형도 알 거 아니야 생머리에 환장하는 거! 막 비비면서 가슴을 막 잡아 끄는데 설레더라 진짜.
그래서 이년도 나한테 마음 있나 보다 했지.
미친년 취해서 바지에 열쇠도 못 꺼내던걸, 내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
근데 그때 걔 반바지 좀 헐렁했잖아. 바지 통도 진짜 헐렁해서 내가 열쇠 어딨지? 이 지랄 진짜 하면서 뒷주머니에 손 넣어서 엉덩이를 한 움큼 쥐었는데 와.... 장난 아니더라.
그렇지! 내가 고년을 그렇게 했다는 거지 존나 거칠게! 남자 박력 터져야지! 아니 내가 또 누구야? 원래는 내가 걔 문 따고 들어가는 것만 보고 돌아가려는데 내가 고자도 아니고...
이때 아니면 언제 먹겠어? 군대도 가야 하는 마당에 시발 잘못 걸린 거지, 응 그렇지, 아 형 잠깐만,
'왜? 어 오늘? 무슨 소리야 행정반?, 헌병대에서 날 왜 찾아? Z? 뭐? 야 그거 누가 말했어? 아니 시발 잠깐만'
형 잠깐만 나 전화받고 올게
통신보안 근무처 일병 S입니다. 네 충성! 네 맞습니다. XX시 XX구 맞습니다.
Z말입니까? 네? 아니, 네 맞습니다. 아니, 네... 아닙니다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런 사실 없습니다.
같이... 아니, 제가 말입니까? 아닙니다. 저기 아니, 네... 아... 아니 제가 무슨 , 네? 신고 말씀이십니까? 아니 제가 무슨... 아니... 혐의가 강간 말입니까? 아니 그거 합의 하에 한 거입니다. 아니 제가 아까 그랬습니까?.......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