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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현 Apr 26. 2019

매일 하나씩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매거진 B 룰루레몬 마감 뒷이야기

룰루레몬(NASDAQ: LULU)의 주가를 처음 확인한 건 2019년 1월쯤이다. 당시 아내와 브랜딩와이(brandingwhy)라는 셀프 브랜딩 수업에 베타테스터로 참여 중이었는데, 우리 부부를 빼곤 모두 룰루레몬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매니저 레벨의 직원이었는데, 개인 목표와 직원으로서의 목표가 거의 일치했다. 애사심이 크다고 단순히 넘기기엔 다른 뭔가가 있을 것 같았다. 수업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룰루레몬 앰배서더’였는데, 이들도 자신의 브랜드 자산 중 하나로 룰루레몬과의 협업을 꼽았기 때문이다. 평균보다 더 건강하고 에너지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 룰루레몬을 진심으로 예찬하는 상황이었다. (그즈음 주가를 한 번 확인했다. 1주 가격은 130달러 중반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례를 두고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이 잘 되었다고들 하죠.” 브랜딩와이를 운영하는 데릭의 말이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 나는 여전히 의심했다. 그동안 창업자나 CEO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느라 내부 브랜딩에 소홀하거나 결국 실패한 경우를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바깥에선 다들 열광하는 기업일지라도 속사정을 파헤치다 보면, 정작 고객이 아니라 내부 직원으로부터 싫은 소리가 나올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룰루레몬이 내부 브랜딩에 ‘진짜’ 성공했다면, 앞으로의 기업 가치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룰루레몬의 2018년 영업이익은 7억 583만 달러였으며, 영업 이익률은 21.44%. 전 세계 상위 5%에 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 영업 이익률은 15%가 넘었다. 참고로 나이키의 작년 영업 이익률은 12.40%, 언더아머는 -0.48%였다.


NASDAQ: LULU (2007-2019) / 2019년 4월 25일 기준 ©Verizon Media


한편 경계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기업으로 보여서 넷플릭스나 아마존처럼 크게 성장하진 못할 것 같아. 왜냐하면 아주 특별한 기술이 없어. 누가 비슷한 거 더 잘 만들기 시작하면 끝.” 뉴욕에서 본업을 취미로, 트레이딩을 두 번째 업으로 삼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 L의 말이다. 시니컬한 내 친구는 다른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비슷한 고평가 버블 기업이 하나 더 있지. 캐나다 구스.”


두 달 뒤, 기사 2개를 배당받았다. 마침 일흔다섯 번째 매거진 <B>의 이슈가 룰루레몬이었고, 나는 브랜드 스토리와 비전 앤드 골(Vision & Goals, 룰루레몬의 목표 설정 세션) 체험 기사를 썼다. 취재하는 동안 룰루레몬이 그동안 <B>에서 다룬 브랜드와 다른 점을 하나 더 발견했는데, 그건 바로 창립자와의 관계였다. (창립자 칩 윌슨은 이사회를 떠나 현재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 두 번째 CEO가 2016년 외부 인터뷰에서 “창립자 주도의 조직에서 벗어나 각자 높은 역량을 발휘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점”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듯, 창립자와 연관된 성장통을 겪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번째 CEO 역시 그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급히 사임했다. 마치 어떤 세포가 바이러스로 판명되어, 내부에서 면역 항체를 구성해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처럼.


분명한 사실은 개인 브랜드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룰루레몬이 매우 영리하게 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욕망을 바이러스 취급하지 않고, 오히려 전폭 지원하는 문화는 역으로 룰루레몬의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경영자가 없는 몇 달 동안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운영되는 조직으로 거듭났다. 개별 직원과 앰배서더들이 스스로 브랜드 마케터가 되어, 자발적으로 고객과의 탄탄한 커뮤니티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시스템이 창업자와 경영자의 자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룰루레몬이 브랜드 차원에서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성장을 거듭하는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브랜딩와이 수업을 함께 들었던 비하(아비야사 명상 요가 지도자이자 룰루레몬 레거시 앰배서더)도 지면에서 만나볼 수 있다.


비록 L은 테크 기업과 비교하며 룰루레몬이 가진 ‘기술’을 혹독히 평가했지만,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술을 갖춘 사람을 구하기는 쉽지만, 그 사람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끔 하는 시스템 구축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룰루레몬은 소재나 착용감에 대한 R&D에도 꽤 많이 투자한다.) 겨우 몇 달 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이 브랜드와 연관된 사람들을 (사적인 자리에서도) 관찰하고, 일부는 직접 취재하며 스스로 내린 결론이다.


“요가와 요가의 원칙은 여전히 룰루레몬의 핵심이다. 룰루레몬이 20여 년 동안 성장해오는 동안, 요가 지도자, 요가 스튜디오, 요가 트레이닝 관련 앱, 요가로 인한 부상을 치료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요가 관련 생태계도 함께 확장했다. 한편 룰루레몬의 2018년 연차 보고서 내 자신들을 소개하는 문장에는 요가란 단어가 없다. 대신 스스로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영감을 받은 기능성 운동복과 액세서리 디자이너, 유통 기업, 리테일러로 정의하고 있다. 요가복에 안주하지 않고 이제는 라이프웨어, 나아가 몸과 마음을 챙기는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중요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의미다. “매일 한 가지씩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Do one thing a day that scares you).” 룰루레몬의 매니페스토에 적힌 문장처럼 룰루레몬은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브랜드 스토리 중


룰루레몬의 주가는 그새 170달러 후반대로 올랐다. L은 현재 뉴욕에 있는 게 맞는지 무색하게, 내 마음을 간파하고는 거듭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투자) 결정은 본인이, 책임도 본인이.”



Note 1. 기사를 작성하는 동안, 몇몇 분의 도움을 받았다. 먼저 20여 년의 브랜드 역사를 꼼꼼히 감수해준 룰루레몬 브랜드 & 커뮤니티 팀의 유예슬 매니저, 비전 앤드 골 세션을 진행하고, 후속 취재에 친절히 답해준 김은비 커뮤니티 스페셜리스트와 박미령 허브 큐레이터에게 감사드린다.


Note 2. 어쩌다 내가 뭔가를 많이 한 것처럼 적은 모양새가 되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난 주가를 계속 관찰했을 뿐. <B>의 ‘룰루레몬’ 이슈는 밴쿠버 본사 취재를 다녀온 김희진 에디터와 남보라 에디터가 거의 대부분을 도맡아 만들었다. 여담이지만, <B> 구성원과 함께 참여한 비전 앤드 골 세션에서 2019년 상반기 목표로 ‘프리다이빙 자격증 따기’를 적은 <B>의 김현주 마케터는 이미 4월 중순에 그 목표를 이뤘다고 한다. 세션 중에 '내가 꿈꾸는 삶 이미지화하기'란 단계가 있었는데, 그때 난 음악감상실을 그렸다. 물론 그 삶에 대해 아직 아내와 의논하진 않았다.

비전 앤드 골 세션 중 ©윤미연 (마지막 드로잉도 윤미연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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