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 출간 안내
Update(2020.10.18): 여러분 안녕하세요!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에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약 주문은 10월 17일을 마지막으로 마감하였습니다. 교보 등 주요 서점과 팩토리2에서는 10월 25일부터 구매하실 수 있으며, 작은 서점들에도 천천히 입고될 예정이에요. 곧 책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
- 보따리 드림
제목부터 맥시멀리스트다운,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의 예약 판매를 시작합니다. 제가 어떻게 이 프로젝트의 막바지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책을 먼저 읽어본 서재우 에디터의 추천사를 공개합니다. 책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보도자료를 참고해주세요!
“어떤 프로젝트는 배를 띄우고 항해하는 일 같아요. 나는 기획자이니까 적재적소에 선원들을 태우는 역할을 할 뿐이고요.” 홍보라 기획자(a.k.a. 보라보라)가 자신의 엄마에 관한 책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건 대략 2년 전이다. 그 결심이 동료인 여혜진과 함께 구체화되면서 어느새 배가 되었고, 그 항해의 마지막 여정에 나도 동참하게 됐다. 엄마에 관한 책이라니, 상품성이나 당위성을 떠나 어떻게든 돕고 싶은 마음이었다. 게다가 몇 차례의 미팅을 통해 건네 들은 보라보라의 엄마이자 맥시멀리스트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보라보라는 연구와 기획에 특화된 사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 창작을 가까이하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예술가의 삶을 선택하는 대신 시카고에서 예술행정을 전공한 후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와 예술기획 일을 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전시공간 갤러리 팩토리(FACTORY)를 운영하기도 했다. 사실 홍보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유독 자신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를 ‘파는 것’에 대해서는 쑥스러워했다. 보라보라가 나를 자신의 배에 태운 게 당연한 수순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보라보라보다는 더 상업적인 사람이니까.
“여태껏 정성 들여 잘 만들었잖아요. 이제는 그걸 잘 알리고 잘 팔아봐야죠. 어머, 이수산나호순의 손녀딸이 채린(a.k.a. CL, 래퍼이자 싱어송라이터)이에요? CL이 인스타그램에 한 번만 올려주면 되겠다….”
“내가 며칠 전에도 조카한테 잔소리를 하면서 투닥거렸는데, 그건 좀….”
CL에게도 이모가 있고, 이모는 잔소리를 할 수도 있는 존재다. 어쨌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책을 미리 읽고 든 생각은 세 가지였다.
1. 어쩌지?
2. 책이 전혀 상업적이지 않은데?
3. ‘오히려 그래서 더 담백하고 괜찮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작전을 짜 보자.
뾰족히 떠오르는 작전이 없었다. 그래서 간단한 보도자료와 예약 주문 페이지를 만들었고, 서재우 에디터에게 추천사를 부탁했다. 마침 그도 부모와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 다녀온 걸 소재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시장에 이런 류의 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남성 저자는 특히 드물다. 이런 아들도 드물다. 그렇게 받은 추천사를 공개한다.
부모 앞에서 나는 늘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는데, 엄마와 아빠는 늘 내게 다른 걸 하라고 말했다. 그게 싫어서 일부러 엄마와 아빠가 원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나는 늘 불안했지만, 불안한 감정이야말로 삶의 미덕이라고 여겼다.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한 건 서른 중반에 접어든 시점으로, 함께 유럽의 도시를 여행한 이후다. 생각해보면 어릴 땐 나는 늘 엄마와 아빠 뒤에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내 손을 꼭 잡았고, 함께 어디든 갔다. 그런데 그 기억이 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프라하와 부다페스트, 바르셀로나와 리스본을 함께 여행할 땐 내가 엄마와 아빠 앞에 섰고, 이번엔 내가 엄마 아빠의 손을 꼭 잡았다. 비로소 알게 됐다. 엄마와 아빠가 왜 그렇게 나를 좀 더 안정적인 삶으로 이끌려고 했는지.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선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한국이 아니라고요!
나는 그렇게 또 부모에게 목청을 높였지만, 사실 그 순간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다.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는 저자 홍보라가 엄마의 필살기인 맛있는 음식을 하나씩 소환해 정리한 글이다. 이야기의 중심엔 이수산나호순의 입말 레시피가 있고, 음식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있다. ‘내용의 일관성 따위 한강에 던져 버리고’ 책의 서문에 저자가 쓴 문구다. 이 글귀를 읽는 순간 이 책에선 어쩌면 레시피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가 아닌,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가 보였다. 그 인생을 막내딸의 시선으로 하나둘 좇다 보니, 우습게도 나의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와 아빠는 늘
왜 그렇게……
여전히 나는 엄마와 아빠에 대해 말할 자신이 없다. 함께 여행한 것도 내가 효자이기보다 그저 내가 본 세상을 엄마와 아빠에게 관철시키고 싶었다. “아들은 이제 좀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말을 내뱉는 게 내게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서, 낯선 이국의 땅을 함께 밟으며 걸었다. 그곳에서만큼은 내가 부모보다 앞선 존재였기에 나의 삶을 부모도 믿고 따를 것 같았다. “아들아 저게 뭐니? 아들아 어쩜 하늘이 이러니, 아들아 나는 여기가 참 좋다”라고 쉼 없이 내뱉는 엄마와 아빠의 말 앞에서 내가 느낀 건 불안이 아닌, 안정이었다.
그러니까 아들은
이제 좀 괜찮아요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의 추천사를 부탁받았을 때 심장이 ‘덜컥’ 했다. 내가 아는 저자는 작금의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시각적 예술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런 인물의 책에 추천사를 맡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엄마의 인생 레시피라니! 이보다 더 부담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일단 나는 부모에 대해서, 음식에 대해서 뭘 잘 쓸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이렇게 추천사를 썼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이미지는 이수산나호순의 맛있는 요리가 아닌 내 부모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다짐했다. 의미야 어쨌든 간에 이제는 엄마와 아빠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이런 마음을 깨우는 책은 세상에 많겠지만, 그 책이 내 눈앞에 놓일 확률은 많지 않다.
저자의 담백한 글에선 이상하게 마음이 울렁거렸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무자비하게 밟는 택시에서 느끼는 울렁거림이 아닌, 서프보드 위에서 파도를 타는 울렁거림에 가까운, 기분 좋은 감정이다. ‘남이 뭐라든’ 정신을 몸소 실천하면서 동시에 항상 다양한 ‘남’에게 곁을 내준 이수산나호순의 삶과 그의 음식은 어쩜 지금 우리에게 건넨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돌아봐도 엄마에게 가장 감사하는 것은 엄마가 내게 해 준 맛난 음식, 좋은 옷, 좋은 교육, 다양한 경험 같은 여러 혜택보다도, 인생의 매 순간 나이 따위 의식하지 않고 최대한 즐겁게 산 엄마 자신의 삶 그 자체이다. ‘엄마’라는 단어에 흔히 따라붙는 ‘희생’과 ‘헌신’ 같은 단어나 괜스레 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 같은 감정에 앞서, 내 노년도 엄마의 그것처럼 즐겁고 다채로울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해 줬다는 사실에, 또 엄마를 떠올리면 미안함보다는 풍요로움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앞선다는 사실에 다시금 감사하고 감사한다.”
저자의 에세이 중 일부로 추천사를 마치려고 한다.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는 전문 작가의 글로 채워진 책이 아니기에 매번 책 속에 담긴 문장이 올바른 문장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씩씩하게 살아온 엄마의 삶과 그 삶을 곁에서 지켜본 딸의 진솔한 마음을 담은 책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글 서재우 (매거진 <B> 에디터)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지난 5개월 동안 고요히, 때때로 일렁이는 바다를 유유히 항해하는 배를 잘 탔으니 이제는 내릴 때가 됐다. 그리고 내가 배에서 본 풍경들을 독자에게도 소개하고 싶다.
미리 예고했듯이, 책은 전혀 상업적이지 않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엄마에 관한 책인데, 엄마라는 존재가 상업적일 수는 없지 않나. 다만 이걸 만드는 보라보라의 마음, 그걸 전방위적으로 도운 보라보라 친구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렇게 책 한 권을 완성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부러웠다.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도 우리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 지금 나의 엄마, 아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나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보석의 원석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내가 나이 들어 할머니가 될 기회가 생긴다면, 나도 손녀 손자에게 우리 할머니 이수산나호순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이채린 a.k.a. CL)
이 책은 한식, 중식, 일식을 아우르는 에너지 넘치는 엄마(이수산나호순, 가수 CL의 할머니)의 요리가 언젠가 나이 듦에 따라 함께 잊힐지도 모른다는, 셋째 딸(보라보라)의 막연한 두려움에서 시작했습니다. 보라보라는 그렇게 맥시멀리스트 엄마의 음식 이야기를 따라갔고, 미처 몰랐던 엄마의 젊음, 꿈, 야망, 아픔, 도전과 후회, 또 여전히 계속되는 삶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모순되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각자의 엄마를 떠올리며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저자는 지금 자기 자신의 욕망과 삶의 의지를 최대한 표현하고 즐기자고 제안합니다. 제일 잘나가는 할머니 이수산나호순처럼요.
이 책을 만든 사람들
발행일 2020년 10월 19일 (초판 1쇄)
발행처 보따리
기획 여혜진 홍보라
글 이채린 홍보라
편집 이경희 손현
디자인 들토끼들
포스트 프로덕션 토스트
녹취록 정리 및 편집 디자인 이지원 (아키타입)
요리 도움 에이코 (eico)
레시피 감수 안아라 (홈그라운드)
사진 남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