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축구, 어떻게 키워야 하는데? ④

두 나라가 한국 축구에 던지는 3가지

by editor 쏜

주인장은 모 활동에서 유소년 축구 관련 해외 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다. 현지에서 함께 동행하며 느끼고 생각한 점을 4편에 걸쳐 전하려 한다. 1편과 2편에선 각각 잉글랜드와 독일의 유소년 축구에 대해, 3편에선 두 나라의 풀뿌리축구 현장에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끝으로 선진 축구의 대표 국가인 두 나라가 한국 유소년 선수 육성, 더 나아가 한국 축구에 던지는 시사점을 짚어보며 글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부족한 글솜씨는 미리 양해를 구한다.


* 연재 순서

① 잉글랜드 유소년 축구 이야기

② 독일 유소년 축구 이야기

③ 잉글랜드, 독일의 풀뿌리축구(Grassroots)

④ 두 나라가 한국 축구에 던지는 시사점


지금까지 3편에 걸쳐 축구 선진국인 잉글랜드와 독일의 유소년 축구 환경과 육성 방식, 풀뿌리축구에서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한 점에 대해 다뤘다. 각자 주어진 환경 속에서 그들 만의 방식으로 유소년 축구를 위해 힘쓴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상적인 점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했다. 이들의 유소년 축구 환경은 우리에게 3가지 생각할 점을 던져준다.


IMG_7105.jpeg?type=w1 맨체스터 유소년 지역리그 경기 장면


누구나 축구를 즐기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잉글랜드와 독일 축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축구가 즐겁게 느껴져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어릴 때 축구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전술훈련과 경기를 해도 선수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팀에서는 선수들에게 승리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과하게 주지 않고 선수 내면에 존재하는 열정과 노력을 꺼내 경기장 안에서 편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분야든지 재미를 느껴야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스스로 꿈꾼다.


이들이 말하는 즐기는 축구는 연령대 별 육성 포인트에서도 드러난다. 10세 이하는 무조건 공을 많이 만지게 해 축구라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이후 18세 이하까지는 즐거움에 개인 기술과 자신만의 장점을 함께 장착해 자신감을 가진 선수로 만든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지금까지 가꿔 온 개인의 강점으로 경기를 이기는 법을 가르친다. 상황 별 팀 전술 등이 그 예다. 이기는 것 보다는 축구에 대한 즐거움을 선수 마음에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유소년 육성의 시작인 것이다.


IMG_7944.jpeg?type=w1 독일 바이에른 유소년 풋살 지역 리그. 추운 겨울에도 감각을 익히기 위해 마련됐다.


물론 이기는 게 안 중요한 게 아니다. 이들은 이긴다는 의미를 다르게 해석한다. 팀의 승리도 선수가 축구에 재미를 느끼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선수가 경기에서 나의 한계를 극복하고 본인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이겨내는 것도 승리의 경험이라는 뜻이다.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위해 더 자신 있게 나설 것이고 이런 부분들이 습관화 된다면 선수 성장은 시간 문제다. 시련을 극복하는 것도 결국 축구를 즐겨야 견뎌낼 수 있다.


축구선수를 꿈꾸지 않아도 누구나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풀뿌리축구 환경이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은 아카데미가 아니어도 축구를 좋아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주말 리그가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풀뿌리축구는 축구 인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에 있는 많은 유소년들이 축구를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 팀에 들어가서 경기를 뛰고 팀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축구와 가까울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저변이 큰 만큼 많은 아이들이 축구 선수라는 꿈을 쉽게 가질 수 있고, 축구 인구가 늘어난 만큼 유소년 인재풀도 더 깊어질 수 있다. 그리고 선수가 아니더라도 축구로 무언가 이루는 경험을 통해 축구 산업에 뛰어드는 인구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다. 저변 확대가 곧 축구 산업 자체의 발전을 이끌어 낸다.


IMG_8429.jpeg?type=w1 독일 3부리그 소속 SpVgg 운터하잉의 유소년 선수 육성 투자 비율


몸으로 많이 겪어야 성장한다


한국은 진학이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팀적인 성과가 무조건적으로 중요하다. 경기에 나서지 않아도 팀이 대회나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좋은 팀으로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력이 약한 팀들은 지지 않기 위해 강팀들을 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서 결과를 위한 경기를 펼친다. 또한 고학년의 선수들이 한 해의 대부분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한창 경험을 쌓고 공을 많이 만져야 하는 선수들이 최소 1~2년은 경기에 온전히 나서기 어렵다. 과정과 선수 개인의 퍼포먼스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반면 잉글랜드와 독일 모두 선수 개인의 발전에 초점이 맞춰진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라는 게 여러 방면에서 나타난다. 모든 유소년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각 나이대 별로 리그와 친선경기를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뛰어 여러가지 상황을 겪으며 어느 순간 경험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플레이가 나오도록 키우기 위함이다.


IMG_7247.jpeg?type=w1 스토크 시티 아카데미의 친선경기 장면


두 나라는 승강제 도입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잉글랜드는 육성 시설과 환경에 따라 카테고리를 나눴고 독일의 경우 경기 결과를 위한 선수 기용 때문에 프로 산하 유스팀만 승강제 없이 리그를 운영했다. 각자 차이를 보이지만 선수 개인의 발전을 위해 고민한 제도라는 점은 똑같다. 모든 유소년 선수가 부담 없이 도전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고 결과 부담이 줄어 모든 선수가 경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잉글랜드와 독일은 선수들의 연령대별 이동이 자유로워 여러 단계에서 훈련을 받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선수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월반과 유급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선수가 발전하는 것도 기대하지만 핵심은 선수 본인의 선택에 따라 부딪혀 보는 경험 자체를 중요시 했다. 또한 개인별로 성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에게 맞는 체급에서 실력이 터질 때까지 지켜볼 수 있다.


결국 잉글랜드와 독일의 프로 산하 아카데미, 풀뿌리축구에서 축구를 하거나, 만들어 가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은 단 하나다. 유소년 수준에서는 축구를 즐기면서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선수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충분히 실력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야 한다.


IMG_7626.jpeg?type=w1 하교 후 저녁 시간에 훈련 중인 맨체스터 지역 유소년 선수들


성공의 길은 좁다, 공부가 필수


잉글랜드와 독일 모두 유소년 축구 인구는 각각 330만명, 190만명으로 전체 등록 축구선수 인원에 30% 가까이 된다. 하지만 프로 선수의 길은 정말 좁다. 이 안에서도 최상위권에 들어야 프로 축구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선수가 안되었을 때를 대비해 제 2의 삶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축구 선수를 꿈꾼다면 어린 나이 때부터 축구에 전념한다. 그러다 현실의 벽에 막혀 축구를 그만두면 대부분이 제 2의 삶을 준비하지 못해 오래 방황한다. 공부를 완전히 뒤로 미루고 평생을 축구만 해왔기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소위 엘리트 운동 선수는 공부할 시간에 운동을 더 해야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영향도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와 독일은 우리와 정반대였다. 만났던 모든 선수, 지도자, 학부모가 한 입으로 공부가 당연히 1순위라고 이야기했다. 이 곳은 운동한다고 공부를 놓아 버리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두 나라 모두 프로 산하 아카데미에는 선수 교육 담당 부서가 있고 잉글랜드는 리그 운영 협회 산하에 유소년 선수들의 교육을 총괄하는 기관도 따로 있을 정도로 학업에 진심이다. 축구를 공부의 일부 인정해주고 선수들에게 직업교육을 따로 제공하면서 제 2의 삶을 준비하도록 도왔다.


물론 연령이 오를 수록 훈련량이 늘어나고 학업과 함께 병행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 모두 학업을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이야기 했고 학교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은 학업을 축구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운동과 학업을 동시에 강조 받았기 때문에 연령대가 높아져도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오히려 생각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편을 끝으로 시리즈는 막을 내린다. 축구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며 한국 유소년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봤다. 최근 성별을 불문하고 연령대 축구대표팀들이 국제 대회에서 고전하고 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배준호, 양민혁으로 이어지는 반짝 스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언제 명맥이 끊길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빨리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이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 비단 축구 만이 아니라 구기 종목, 넓게는 스포츠 전 분야에서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다. 4선에 성공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도 유소년 육성 시스템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적극적인 개선의 움직임이 예상된다. 이 글을 읽고 작게나마 유소년 운동 선수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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