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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측백 Jun 30. 2024

맨땅에 발자국 하나 남기기 힘들다.

02. 하염없이 기다리는 무력함, 그래도 나는 나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두 번째 글을 쓰자 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 경력은 하나 없고 나이만 들었다는 게 피부로 와닿아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 지원현황은 쌓여간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기력하게 나의 지원에 그이 답을 주길 바라 스마트폰 울리길 바랄 뿐.


그래도 22일~30일(현재)까지 다른 게 있다면 곧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가채점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험지를 접어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앞으로 뭘 먹고살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워크넷에 들어가 대학생 이후 오랜만에 직업심리검사를 진행했다. 다양한 직업을 보며 조금은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이 직업이 있는데 반드시 공무원을 했어야 했을까? 하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무시하고 나온 결과 중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하자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


 중학생 때부터 연애에서 개인사까지 다양한 고민을 들어줬었다. 그때마다 친구들이 "너는 상담사하면 딱일 거야."라는 말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왜 그런 조언들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게 진심이든 장난이든 나를 경험한 친구들 입에서 나온 말인데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고 싶다면서 말만 한 것 같아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이게 진행형이 될지 상상도 못 했지만.. 사무보조, 서빙, 스탭, 콜센터 등 다양한 일들 중 내가 앞으로 저 일과 연관된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나씩 알아보던 차에 일이 터졌다. 


아주 조금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굴러가던 돈이 사고를 쳤다. 급하게 돈 줬으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말에 그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또 빨간딱지가 붙으려나 이런 고민해 봤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내 몸과 정신을 갈아 넣으며 부모님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을 텐데 지금은 잘 모르겠. 하지만 매달 ---만원이라 참 겁난다.

라고 생각하기업들의 답을 기다리는 중인 나는 애간장이 타고 있다. 경력의 질보다는 돈이 필요한 시기. 그럼에도 아르바이트만큼은 내가 하려는 걸 하고 싶은 욕심. 인간은 참 끝없는 욕심을 안고 가는 것 같다.


목이 탄다. 하지만 인복이 많은 나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서고 있다. 이미 내가 겪고 있는 시기를 겪어본 친구들이 그랬다. "괜찮아. 계속 두드리면 답을 주는 곳이 있을 거야."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과정이야."

정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바라는 건 걱정이 아니라 인정이라고. 그저 나 자체로 봐주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부모님에게는 아직 느끼지 못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애정에서 무슨 의미인지 알 거 같다. 입사지원에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도 나는 나다. 거절을 당한 나. '거절'이 주체가 아니라 '나'가 주체다. 나는 앞의 타이틀을 바꾸기 위해 계속 나아가면 된다.

언젠가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 주시면 좋겠지만 한참 남았겠지. 그래도 '우리 딸'이 아니라 'ㅇㅇㅇ'으로 대화가 가능할 때쯤엔 많은 게 달라져있겠지 싶다.


안 힘들다고 할 수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힘들다. 하지만 감사하다. 두 다리가 멀쩡히 걸을 수 있는 하루가, 면접을 볼 수 있게 기회를 준 분들에게, 힘든 시기지만 열심히 이겨내려는 부모님에게, 늦었지만 하고 싶은 게 금방 생긴 나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격려와 위로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음에는 좀 더 좋은 소식으로 글을 쓸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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