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도 일기를 쓰자.
나에겐 지적장애를 가진 어머니가 있다. 3년 전 뇌출혈로 인해 재활치료 후 1년 전에 퇴원해 집으로 왔다. 2년 동안의 병원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복귀한 지 1년이 되면서 어머니는 많이 좋아지셨다. 육체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 둘 다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깜빡하시는 부분이 많아 한 가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월수금은 통원치료로 인해 어머니의 활동은 반복적이다. 그나마 화목토일은 어머니가 유일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이 시간만큼이라도 일기를 써보자고 제안했다. 오늘은 어머니가 한의원에 가셔서 침치료를 받고 동네 아주머니와 할머니들과 식사를 하셨다. 그리고 커피도 빼먹지 않으시고 한잔 드시게 되었다. 소소하지만 이 내용이라도 쓸 수 있도록 퇴근 후 씻는 동안 그 과정을 써보라고 요청했다. 군말 없이 따라주신 어머니가 적은 내용에는 비약이 많았다. 어떤 밥을 먹었고 어떤 커피를 마셨는지 구체적으로 써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기억을 더듬으며 생각해 냈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우리 어머니는 의지가 강하신 분이다.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오늘의 날짜를 적는다. '2015년 9월..'
나는 짜증 내지 않고
"달력을 보세요"라고 말했다.
'2025년 9월 02일 화요일'
"그렇지요"
오른손에 마비가 왔던 터라 글씨는 삐뚤빼뚤. "끊어서 쓰세요".
하지만 60년을 자신의 방식으로 써왔기에 말릴 수 없었다. 육체가 따라가지 못하니 내가 고집을 부릴 수 있을까 생각해 옆에서 지켜보았다. 일기를 소리 내 읽으면서 구체적인 상황들을 물으며 추가적으로 써달라고 했다. 군말 없이 따라와 주시는 어머니를 보니 정말 뿌듯했다. 병원에서 집으로 왔을 땐 그저 집이 좋아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시던 모습도 생각났다. 작년에 비하면 적극적으로 따라와 주시는 어머니가 좋다.
해가 지고 식사 전, 마당에 나와 캐치볼을 했다. 몇 달 전에만 해도 마당에 그냥 앉아있기만 하셨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일어나 캐치볼 도구를 손에 끼우신다. 공이 작아 놓치기를 반복하지만 끝까지 공을 따라가 주워와서는 빠른 속도로 공을 던진다. 어쩌면 나도 놀랄 속도가 나오기도 한다. 공이 작아서 잡기 힘들어 농구공을 사자고 얘기했다. 그래서 당장 농구공을 주문했다.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어머니에게 작은 수첩을 드리고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메모로 남겨달라고 요청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