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1(수)

마당에 가지가 열렸어요.

by 엄지

저녁을 먹기 위해 마당을 건너간다. 겨울엔 황량했던 풍경과 사뭇 다르게 초록색 기운을 풍긴다. 풍기다 못해 흙의 경계를 넘어 초록색 잎들이 기지개를 펼친다. 어머니가 아프시던 초기엔 할머니도 밭을 가꿀 기운이 없어 1년 정도를 방치해 두어 초록빛을 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어머니가 집에 오시고 난 뒤부턴 나도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 마당의 푸름을 자주 발견하고 마당을 실컷 즐기고 있다.


올해 우리 집 마당은 꽃도 피고 감도 열리고 가지와 대파를 심어 최우수 예쁜 마당으로 선정되었다. 물론 나만의 리그에서 말이다. 하하!


이제는 마당을 지나다니는 고양이들도 눈요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당 귀퉁이에 그늘진 계단은 내 자리였지만 햇볕이 뜨거울 땐 어느 고양이의 낮잠 방석이 되기도 한다. 할머니는 고양이들이 마당에 실례를 못하도록 물병을 세워 두기도 하지만 가지를 따러 밭에 들어가면 고양이의 흔적을 지우신다. 우리 집 마당은 가끔은 동네의 보급소 같은 역할을 한다.

'할매~' 하면서 들어오는 철물점 아줌마.

'숙이 엄마~'하면서 들어오는 윗집 할머니.

할머니는 반가워하며 한봉다리 싸서 보낸다.


커다란 고무대야에서 물놀이할 만큼 넓었던 우리 집 마당.

대추나무에서 일찍이 떨어진 대추를 던지고 놀던 우리 집 마당.

가을이 되면 간식으로 감나무에서 감을 따서 깎아 먹었던 마당.

겨울이 되면 살얼음 낀 양동이 물을 깨면서 놀았던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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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파라솔 밑에서 햇볕을 피하고 바람을 즐긴다. 손님이 오면 파라솔 밑에서 간식을 먹거나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제는 고기도 구워 먹을 준비를 해야겠다. 할머니에겐 당연히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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