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국화 꽃나무밭을 지나
검은 그림자들이 유영하는 한 켠에
선명히 살아있는 얼굴
흰 국화와 검은 이들의 호위 아래
검은 띠 액자속
여전히 생기어린 미소
마주서니 선연히
떠오르는 옛 시간들
흑과 백의 공간에
방점찍듯
붉어지는 눈시울
고개를 숙여
엎드린 절이
한 번으로 족했으면...
잘 가시오 잘 가시오
잘 살겠소 잘 살겠소
안녕히, 가시오
두 번 반, 마지막 인사를
눈물에 담아 보낸다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으리란 장담은
안 하느니만 못한 말
이미 우리는
슬픔에 취해
추억에 취해
고주망태가 되었다
그대,
가슴 속에서 숨쉬리
봄날 국화향기로 남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