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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아저씨 May 27. 2018

등긁기


등이 가려우면


웃통을 훌러덩 벗고


엄마를 찾는다




하던 일 멈추시고


어디가 가려운지


묻지 않고 긁어도


아프지 않고


넘나 시원해


스르륵 잠이 올 때쯤


찰싹!


다 긁었다는 신호에


찰나의 단잠을 깬다





결혼하고


아내가 긁어주는 것도


참 시원은 한데


간지러운 곳을


한 번에 찾아 긁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했다




아이가 태어나


악력이 좀 생길 때 쯤


시켜봤더니


등에서 피가 나더라




좀 더 키워놓고


시켰더니


학원 가야 한다고


숙제 해야 한다고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길래


폰 압수라는 졸렬한 방법으로


억지로 긁게 했더니


긁는 내내 투덜투덜


안 가지러운 부분만 긁어대고


젠장!




어느 날 아내가


선물이라며


해골손가락 모양


등긁개를 내민다




인생의


낙 하나가


사라졌다



ㅠ,.ㅜ



+++++++++++++++++++++


등을 긁어주는 사이...



가족말고 등 긁어줘 본 적이 있나요?


등 긁고 나면 나도 긁어주게 되지 않던가요?



단순히 가려운 곳 긁어주는 행위가 아니라 체온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일



때로는 편리함보다 나은 불편함이 하나씩 사라지는게 많이 섭섭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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