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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떰브 Sep 14. 2020

봄날은 갔다

전시하고 자랑하는 것에, 그리고 그런 것들을 보는 것에 질려 버렸다. 다른이들이 내 자랑을 봤으면 하는 마음도 더 이상 없어진 탓도 있다. 이 굴레는 끝이 없다. 모든 건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간 탓이라는 유치한 생각도 해본다.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삶은 자연스레 자랑과 과시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니까.

오늘은 꽤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에 쓴 글과 사진들을 들여다보았다. 시간이 흐른 만큼 나는 참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나는 예전만큼 우울하거나 외롭지가 않다.

하지만 예전만큼 쌓인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지 않는다.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고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피상적인 것에 집착하고 과시하는 삶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예전보다 공격적이고 더 쉽게 화를 내곤 한다.

이유 없이 누군가를 싫어하기도 했다.

저열하게도 타인의 부러움을 먹고사는 것에 보람을 느낀 적도 있다.

전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10년 전의 나, 5년 전의 나의 얼굴과 지금의 내 얼굴은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앞으로 더 달라질 나의 얼굴을 나는 감당해낼 수 있을까.

좋은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하던 24살의 곧은 나는 어디로 간 것인지 자꾸만 스스로를 책망하게 된다.

스스로를 열심히 다듬던, 독립영화와 밴드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던 그 여학생이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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