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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토끼 Jul 22. 2022

게임과 스마트폰을 어떻게 줄 것인가?

게임과 스마트폰, 부모의 잘못된 사용 습관과 부정적인 시선부터 살펴보기

세상은 늘 어느 한순간을 기점으로 흐름이 갑자기 바뀌어 간다. 예전에는 거실 중간에 차지한 TV가 독서를 방해하는 공공의 적이었다면, 요즘은 게임과 스마트폰이 가정마다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어찌 보면 내가 두 아이를 키울 2000년 초반 무렵에는 스마트폰이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독서 환경 조성이 쉬웠다. 그럼에도, 나름 책 육아로 열심히 교육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 될수록 스마트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딸의 경우는 그다지 게임을 즐기진 않았지만 아들은 게임도 무척 좋아한다. 주위에서는 스마트폰과 게임을 다소 많이 허용하는 우리 부부를 보며 의아해 하지만 독서를 즐기되 책에 걸리거나 강요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잣대가 스마트폰이나 IT기기에 걸리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평소 상당히 쿨하고 오픈 마인드라는 소리를 종종 듣는 나이지만 여자라서 그런지 상당수 남자들이 게임을 광적으로 즐기는 심리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남성의 본능과 테스트론으로 인한 다소의 폭력성과 적당한 공격성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온라인 게임과 스포츠라는 글을 보았다. 결국 남성으로서 성장하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교육에 하루 종일 시간을 많이 빼앗겼거나, 놀이를 통해 신체 활동을 충분히 하지 못한 아이들이 더 쉽게 게임에 빠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아이들에게 게임을 단순히 하지 말라는 것은 모든 것이 넘쳐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직자나 수도승처럼 금욕적으로 살라는 말과 같을 정도로 꽤 힘든 부분인 것 같다. 문화 심리나 교육 이론 쪽을 공부하다 보면 사람에게는 본인의 현재 상황과 상관없이 상위 문화를 향하는 본능적인 "자아 향상"의 욕구가 있다고 한다. 인생에서 희망을 잃은 노숙자들에게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문화만 접했을 경우보다 다양한 클래식, 연극, 전시회 등 인문학이 포함된 다양한 문화를 함께 접했던 사람들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상위 문화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이 원리가 게임이나 스마트폰 사용에도 적용된다고 생각된다. 범람하는 미디어 시대에 무조건 '게임하지 마라',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마라'가 아니라 부모가 먼저 본보기가 되어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잘 사용하는 방법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람의 생리는 본능적으로 보다 강한 자극을 추구하기에 (흔히 몸이 먼저 기억한다고 한다)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풍덩 담그기보다 발부터 조금씩 탕 안에 담그듯이 가치 판단이 힘든 미취학이나 초등 저학년 아이에게 현란하고 자극적인 게임에 바로 노출하기보다는 교육용 게임부터 조금씩 접해 보는 게 좋다. 무엇이든 첫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들의 경우는 축구와 건축을 무척 좋아해서 초등 입학 후 아바타로 움직이는 축구 게임인 FIFA를 좋아했고, 디지털 레고라 불리며 공간 지각력을 높여주는 마인 크래프트를 좋아했다. 마인 크래프트는 4권의 전략집까지 사서 늘 궁리했었다. 간혹 아이가 폭력이 난무하는 살상 게임이나 킬링 타임용으로 게임에 빠져 있다면 먼저 부모 스스로의 생활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다소 내향적인 신랑도 골프나 기타 취미가 전혀 없고 회사를 다녀와서 피곤하면 유일한 휴식이 TV를 보거나 누워서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평소 책을 선호하고 좋아하는 다소 학구적인 성향의 나로서는 그런 신랑의 행동이 무척 못마땅하고 싫어서 집에서는 그냥 편안히 쉬고 싶은 신랑의 정서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종종 비난을 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상황은 아이들에게도 우리 부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씩 어린 시절 충분히 놀지 못한 신랑의 내면 아이를 달래주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나의 배려가 통했는지 신랑의 TV 시청 습관도 단순한 시간 때우기로 예능보다는 가족끼리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다큐나 뉴스, 영화 위주로 점차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게임의 경우도 아이들에게 무조건 "하지 마라"가 아니라      


1) 현재 어떤 게임이 새로 출시되었는지,

2) 주변 친구들이 주로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3) 각자가 재미있어하는 게임은 어떤 건지,

4) 그 게임의 어떤 부분이 특히 재미있는지 늘 함께 대화를 나눴다.      


아들이 좀 자라서는 서울 시청에서 열린 게임 콘퍼런스에 함께 참석해 게임의 유익성과 해악의 양면도 살펴보는 시간을 함께 가졌고, 각 게임 회사 대표들의 논문 발표 결과를 같이 들으며 질문과 토론을 하는 경험도 가졌다. 그 덕분에 아이가 게임 때문에 피폐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주도적으로 여가 시간에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 환경에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경우 팁 하나가 있다면 컴퓨터를 반드시 거실 한편에 두어서 온 가족이 서로 컴퓨터 화면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는 일상에서 자라기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해 회사 업무를 보는 아빠, 가족들을 위해 장을 보거나 글을 쓰는 엄마, 학교 PPT 숙제 및 영화, 동영상 감상, 교육용 게임을 하는 모습 등 단순한 킬링 타임보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순기능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이다.      


스마트폰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 집의 경우 초등 중학년 이후에 스마트폰을 주었는데

단순히 보지 마라가 아니라 귀가 후에 자유롭게 1-2시간 각자 보고 나면 무얼 봤는지, 어떤 걸 봤는지 늘 대화를 나누는 편이라 아이들이 신기한 동영상, 새 제품, 강의 영상, 음악, 웹툰 등을 보고 나면 오히려 신이 나서 다가와서 먼저 얘기하곤 한다.      

두 아이 모두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무래도 말수가 예전보다 줄어들다 보니 가족 톡방에서

오프라인에서 다하지 못한 애정 표현과 소통을 한다. 다들 바쁜 현대인들이라 단톡방에서 각자의 개인 스케줄과 일과를 얘기하다 보면 오해도 덜 쌓이고 그만큼 친밀해지고 서로의 이해도도 높아지는 듯하다.      


엄마인 나도 게임이나 쇼핑 등 소모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일상의 기록과 지인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사용하고, 집안일을 하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늘 강의를 듣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이들도 종종 세바시 영상 등 좋은 영상들도 많이 보거나 따라 하는 편이다.

      

요즘 시대에는 게임과 스마트폰이 아이 손에 쥐어지는 칼과도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위험하다 해서 무조건 금지할 수만은

없다. 줘야 한다면 부모와 함께 아이도

규칙을 정하고 잘 사용하는 방법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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