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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토끼 Apr 04. 2023

너는 나의 봄이다.

올해는 유독 봄꽃이 빨리 폈다. 한편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어쨌든 코로나로 겨울 내내 움츠렸던 마음이 예쁜 꽃들과 함께 조금은 밝아지는 기분 좋은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흔히 한국인은 1년에 3번의 시작을 맞이한다고 한다. 1월 1일 설날, 음력 설날, 그리고 3월! 특히 3월은 주양육자인 엄마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시작이다. 코로나 고3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다양한 도전과 함께 몇 년째 치열하게 진로를 고민하고 방황하는 20대 딸과 올해 고3이 된 아들을 바라보니 겨울 내내 내 마음도 다소 무거웠다. 주변에서는 이제 다 키웠고 민주적으로 키워 소통도 잘 되고 학원 뺑뺑이가 없어서 공부가 노동이 되지 않고 성실한 자기 주도적인 아이들이라 무슨 걱정이냐고 하지만 부모의 노파심과 역할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물리적으로는 거의 다 성장이 끝난 20대 초반 남매이지만 초기성인으로 접어드는 아이들을 보며 감성까지 좀 더 제대로 된  성숙한 어른으로 키우려면 결국 나의 공부 및 성장이 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4월부터 나도 서울시 교육청 학부모

지원 센터에서 진행하는 감성소통 길잡이 수료증 과정을 등록하고 어제 첫 수업을 들었다. 산업화 시대에 가장 중요시되던 IQ는 이제 더 이상 한 사람을 제대로 척도 하는 기준이 되지 못하고 대신 타인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EQ나 다중지능의 특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된 트렌드 때문에 MBTI도 최근 더 핫한 관심사가 된 것 같다. 감정은 외모처럼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라 스스로조차 때론 본인의 감정이 모호하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인간은 백지상태에서 깨어나 모든 것을 학습하듯이 개개인의 감정과 그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식은 결국 주양육자를 보고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아이들을 키우는 70-90년대에 태어난 부모세대는 제대로 본인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거나 존중받지 못하고 성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확연히 다른 세대다. 식습관부터 미국이나 해외 교포와 비슷할 정도로 서구화되어있고 넘쳐나는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개인주의도 심화되고 있다. 4남매를 키우면서도 친정엄마가 평생 맞벌이로 사시는 모습이 너무 지쳐 보여서 나는 여러 번 좋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전업주부 때로는 반업주부로 재택근무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가급적 집에 머물며 두 아이를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나름 최선을 다해 키워왔다. 보수적인 시댁이랑 같이 합가를 하면서 간혹 불편한 상황이 닥쳐와도 화목한 가정을 위해 원활히 소통하려 노력도 하고 원만하게 관계도 잘 유지해가고 있다고 믿었는데도 가족 구성원들의 나이가 들수록 소통의 벽은 여지없이 종종 느끼게 된다.


결국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우리 모두는 영원한 학생인 듯하다. 성인이 되면 매년 학년이 바뀌고 입학이 있지만 이 지구별을 떠나기 전까지 졸업은 없다고 한다. 그저 묵묵히 또 배우고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때로는 지치고 고달픈 부모의 삶이지만 그 속에서 웃고 울며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 육아이며 또 양육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은 햇살 같은 따뜻한 봄을 종종 선물해 주는 남매들을 바라보며 나 또한 부모님께 그런 존재였구나 싶어 괜스레 코끝이 시큰해졌다. 잠시 시간을 내서라도 다정히 손잡고 봄나들이 가시자고 전화라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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