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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토끼 Apr 29. 2024

각종 전시회를 아이와 함께 가보세요


아이를 키우거나 독서교육을 하는 데 있어 앞으로만 나아가지 말고, 폭을 넓혀주라는 조언을 자주 들었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이 어느새 욕실의 수조를 채우듯이 평범해 보이지만 알찬 하루하루가 쌓여

꽉 찬 실력을 지닌 아이들로 자라기 때문인 것 같다.


어른에 비해 에너지와 활기가 넘치는 아이들은 호기심 또한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다방면으로 방대하다.

흔히 책과 인터넷으로 새로운 분야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강렬한 간접 경험도 직접 경험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그저 기관에만 맡기기보다는 부모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회나 체험전 등을 또 다른 학습의 장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와 맞물려 청년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요즘, 진로교육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현실은 대도시 몇 곳의 인위적인 직업 테마 파크를 제외하고는 우리 아이들이 실제로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체험을 심도 있게 하기에는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진로 교육에 대한 좋은 대안으로 우리 가족은 기회가 될 때마다 각종 산업 전시회를 가볍게 둘러보는 것으로 가족 나들이를 겸해 왔다. 사전예매를 할 경우 이런 경우 대부부 무료입장이거나 소액일 경우가 많아서 경제적인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결혼 전 나는 국내외 유명 전시회를 기획하고 홍보하는 업무를 했다. 주요 업무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전시회에 진출하거나 해외 기업들이 국내 전시회에 참여하고 싶어 할 경우 정보를 제공하며 전시회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내 성향과도 잘 맞아 참 즐겁게 일을 했다. 세월이 제법 흘렀음에도

기억에 남는 전시회들이 있다. 규모도 컸고, 국내외 최고의 비행기 관련 회사들이 참여했던 국제 항공 우주 및 방위 산업 관련 전시회, 한국 플라스틱 기계 전시회, 서울 모터쇼, 자동차 튜닝쇼, 서울 바이크쇼, 펫용품 관련 박람회, 커피 엑스포, 크리스마스 액세서리 및 선물 전시회 등이다.


전시회와 관련된 꿀팁을 간단히 정리하면, 우선 대부분의 전시회는 4-5일 가까이 진행되는데, 1-2일은

비즈니스 데이라고 해서 관련 업계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다. 일반인은 3일째부터 참여할 수 있는데, 거래처 손님이 많지 않은 오픈 시간이나 폐장 시간에 가면 대부분 관련 업계 사람들이 어린 손님들이 귀여워서라도 관심을 보이는 제품이나 관련 기계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함께 기꺼이 체험도 가능하게 해 준다.

또한 전시회는 관련 업계들이 한 곳에 모여서 정보교환 및 홍보를 하는 목적이라 간단한 판촉물이나 경품 행사도 많다.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을 득템 하게 되는 재미도 쏠쏠해서 우리 가족은 놀이동산 다니듯이 즐겁게 다녔다.


푸름이 교육을 따라가며 나름 아이들에게 책 환경을 충분히 조성해 줬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책에 몰두하지 않은 두 아이들이 늘 아쉬웠는데, 신기하게도 성장하면서 주위 선생님들이나

어른들로부터 배경지식이나 사물과 세상사에 관한 이해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자주 듣는다.

아마도 알게 모르게 노출된 다양한 경험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서울의 경우 예전에는 강남 코엑스에서 집중적으로 열렸는데, 이제는 개최 장소도 지역으로 분산되어 일산 킨텍스나 학여울역 SETEC, 양재 AT센터에서도 많이 열리고, 좋은 전시회의 경우 부산 벡스코나 대구, 창원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열리고 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전시회의 규모와 질도 발달하므로 개인적으로 전시산업은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된다.


아이들과 전시회를 자주 다니는 경우, 아이들의 관심의 폭을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탈 것인 자동차나 자전거, 오토바이 등에 빠져드는데, 가정에서 관심의 폭을 넓히고 확장해 주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바이크 엑스포나 자동차 튜닝쇼에 참관하면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초기 형태의 앞바퀴가 큰 자전거를 볼 수 있고, 관련된 장비 및 의류, 각종 액세서리 등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한때 우리 집 초등 아이들의 주요 궁금증 중 하나는, 사이클을 탈 때 왜 잠수부처럼 엉덩이 라인이 드러나고 쫙 달라붙는 옷을 입고 (본인들 눈에는 다소 민망해 보였던 것 같다) 라이딩을 하냐는 것이었다.

친절하게도 자전거 회사 직원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도록 펄럭거리는 소매나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탈 경우 자전거 체인에  옷이 끼거나 기타 다른 사고의 위험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어서 아이들이 흡족해했던 기억이 난다.


독서를 중요시하는 부모들 사이에서도 한동안 아이에게 만화책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논란이 상당히 많았는데, 요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살다 보니 만화책이 오히려 고전적인 독서에 가깝고, 만화에서 진화한 형태의 웹툰에 빠져서 밤을 새우거나 부모와 갈등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런 지인들에게 나는 시간을 내서 웹툰 페스티벌 같은 전시회를 아이랑 함께 참여해 볼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그곳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코스프레 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거나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웹툰 자체가 이미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고, 거대한 시장의 축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부모도 인지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취미 생활로 자리 잡은 웹툰을 무조건 못 보게 막을 것이 아니라 좀 더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 관심사를 확장해서 또 다른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게 부모의 경계를 넓혀가야 한다.


요즘 아이들이 열광하는 반려동물 키우기도 마찬가지다. 급격하게 늘어가는 핵가족과 외동이 현상이 맞물려

예전에 비해 아이들이 정서적 공허함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더 간절히 키우고 싶어 한다.

우리 집도 같은 상황이지만, 애완동물을 키울 환경이 되지 않아서 대안으로 강아지나 고양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아이의 욕구를 충족해 주거나 펫 관련 전시회도 자주 참여했었다. 동물원에서 우리에 갇힌 동물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보다 이런 전시회에서 여러 반려 동물을 직접 만져보며 체험하게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열광하게 된다.


여러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미처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다양한 배경 지식을 제공해서 은연중에 개인의 성장을 돕는다.  진정 안목 있는 부모라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영어유치원이나

학원 등 인위적인 공간에 아이들을 가둬놓지 않는다. 문 밖에 있는 세상 자체가 더 크고 의미 있는 학교다.

이렇듯 아이들 성장 과정에서 각종 전시회를 통해 관점과 시각을 넓혀 볼 것을 나는 강력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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