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인플루언서의 시대라고 한다. SNS가 발달하면서 지극히 평범한 개인도 타인들에게 알게 모르게 파워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과거의 다소 권위적인 수직적 구조에서 누구나 동등한 수평적 구조로 바뀐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나 역시 천성적으로 나누는 것을 좋아해서 개인적인 이익과 상관없이 좋은 것을 알게 되면 늘 주변 사람들과 적극 공유를 하는 편인데 최근 세바시라는 유튜브에서 부모 관련 영상을 청취하면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적어도 각자의 아이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인플루언서의 존재라는 사실이다. 이 문장이 부모로서 상당히 무게감 있게 들려왔다. 세상의 어떤 부모도 자식이 있는 한 함부로 본인의 인생을 살 수 없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인 것 같다.
남편과 신혼 초에 가족계획을 세울 때 물어본 적이 있다. 다시 10대 시절로 돌아간다면 과연 어떤 삶을 살아보고 싶은지 둘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 성인들의 경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학창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보통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는 대답들을 흔히 많이 하곤 한다. 하지만 의외로 남편은 공부보다도 더 아쉬운 것이 엄격하고 보수적인 부모님 때문에 외아들의 보호, 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게 후회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두 아이를 키워오면서 늘 인생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강조해왔다. 경험만큼 귀한 스승이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성장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책을 늘 함께 읽고 나누면서도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간과하지 않도록 가급적 다양한 현장 체험과 여행으로 자주 일깨워주려고 노력해왔다.
또한 이타적인 삶의 태도에 관한 중요성도 아이들에게 항상 피력해 왔다. 이 우주가 제 아무리 방대하다고 해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우리 각자의 소우주는 나와 타자와의 만남의 연속이다. 정말 사랑하는 가족일지라도 엄밀히 따지면 나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구별되어질 수 있다. 결국 개개인이 바로 서고 제 역할을 해내어야 그 공동체가 안정감이 있듯이 서로를 조금씩이라도 먼저 배려하는 이타적인 태도는 가정에서부터 길러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가정의 경우 대부분 부모들이 중요시 여기는 학교 성적의 경우 높낮음이 생겨도 훈계와 격려 정도로 가볍게 지나가는 반면, 아이들이 미처 몰라서 혹은 실수라도 이기적으로 행동할 경우엔 호되게 바로 잡았다. 삶의 태도는 한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제대로 된 인성이 갖춰지지 않고서는 성공의 최정점에서 결국 끝도 없이 추락하는 사람들을 최근 우리는 각종 언론을 통해서 종종 접하고 있다. 각자의 인생에서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주는 마지막 단계는 결국 이러한 올바른 인성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삶의 법칙 중 하나가 끊임없는 변화에 있다고 하나 최근 들어 더욱 급격히 과거에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지구촌 전체의 바이러스 질환 등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카오스의 시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과거 농경시대나 산업사회처럼 부모가 먼저 일정한 경험을 하고 그 노하우를 도식화해서 아이에게 오롯이 물려주듯이 전달할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날의 부모들이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나 또한 종종 좌절감을 느낄 때도 많다. 하지만 결국 현명한 부모라면 미처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에 부화뇌동되고 불안감에 휩싸여 휘둘리기보다는 끊임없이 좋은 책들과 스스로 깊은 사유를 통해 먼저 본인의 철학이 바로 서고 본이 되는 부모력을 더욱 키워나가야 할 시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