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2015.01.06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내려앉는 영화다.
어린 브라이오니의 눈을 통해 본 세실리아와 로비의 사랑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해한 것처럼 받아들인' 감정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로비와 언니사이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에 치기어린 마음이 앞섰다.
남녀의 사랑을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받아들인 것은 어쩌면 우리나라 소설 사랑방 손님과 비슷하다. 하지만 사랑방손님에서는 아이가 그저 바라보며 그들의 사랑을 이해 못했음을 드러내지만 이 영화에서의 브라이오니는 자신이 어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이해 못할 그런 감정이 존재함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이해한 '척' 시늉을 한다.
점차 커가면서 자신이 그 때 어렸고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브라이오니는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영화에서 편집과 연출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사건, 같은 오브젝트 등을 다른 인물들의 시각에서 반복되는데 이로하여 인물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의 마음과 그들의 의도, 그들의 감정들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 알 수 있도록 하지만 지나치지않을 정도로 알게 해준다. 그리고 배우들의 눈빛을 프레임에 너무나도 정확하고 미묘하게 잘 담아내서 마음이 더 아플 정도이다. 영화 내내 탄식이 나오고 두 사람의 이루어지지 못함에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또 이 영화에서 내가 멋지다고 생각한 것은 영상미와 음악이다. 물론 모든 영화가 상황에 맞춰서 시네마토그래피를 짜고 담아내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초반에는 순수한 느낌을 옷과 모든 미장센에서 뿜어져 나오게 했고 뒤에 가서는 인물들의 느낌, 전체적인 색감들이 좀더 가라앉아있고 어두워졌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영화에 몰입하도록 이끌었고 영화의 흐름을 잡아 준 것 같다.
아 그리고 로비가 전우들과 군인들이 모여있는 곳에 도착했을때 적어도 5~7분정도의 원테이크샷이 있는데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위치와 방향에 맞춰 인물들이 프레임안으로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게 얼마나 이 장면에 공을 들이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나를 알 수 있었다. 무튼 연기, 영상, 컴포지션 다 멋진 영화이다. 아주 마음에 든다!
음악 또한, 정말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모두 알다시피 배경음악이 어떤가에 따라 그 장면의 느낌이 달라지고 몰입이 달라지는데 이 영화에서 음악이 적재적소에 알맞게 들어가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노래 비트에 타자기 치는 듯한 소리가 들어있는 음악이 있는데 그 타자기소리의 간격을 이용해 영화의 긴장과 이완을 극대화 시켰다. 아직도 제임스 맥어보이의 눈빛이, 눈동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제임스 맥어보이때문이었다. 제임스 맥어보이가 나온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아 오늘은 이 배우의 영화를 봐야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고 그의 필모그래피를 둘러보게 되었던 것이다. 보던 중 나중에 봐야지 하면서 다운은 받아뒀지만 미뤄뒀던 어톤먼트가 있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사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요즘에 사랑이 넘치는 로맨스가 보고 싶었고 이 영화 또한 로맨스로 분류가 되어있었기에 즐겁게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볍지는 않았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마음으로 느낄 것은 많은 영화인 것 같다. 사랑으로 넘치는 영화를 보고싶었는데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영화를 봐서 굉장히 마음이 갑갑하지만 좋은 영화, 내가 간직하고 여러번 보고 싶은 영화를 또 하나 얻은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모를 설레임도 공존한다. 제목 또한 너무나도 영화 전체를 담고 있는 말로 정말 이 영화 어마무시하다! 오랜만에 봐서 너무 기대치가 낮았을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제대로 였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