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마음을 지켜준 사람들
월요일 저녁 『처음의 마음』 텀블벅 프로젝트를 올렸다. ‘첫 경험만 23번째’라는 브런치 북으로 6개월간 연재했던 글과 지금까지 써 왔던 다른 글들도 함께 엮었다. 목요일 오후까지 2박 3일 동안 하루 종일 새로 고침 버튼을 누르며 승인을 기다렸다. 3번째 텀블벅이었는데도 떨렸다. 승인 메일을 받고 바로 공개 예정을 알렸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9시.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연가라 평소보다 늦게 알람을 맞췄지만 9시가 되자 저절로 눈이 떠졌다. 후원 내역을 확인하는데 아직 0명이었다.
‘그럼 그렇지...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9시 3분, 첫 번째 후원자는 김재훈 실장님이었다. 경기도 의무소방원 동기이자, 교육행정직 선배로 특별한 인연을 가진 친구다.
“형! 책 나오면 알려주세요.”
스무 살 때의 인연이 이어져, 누구보다 먼저 『처음의 마음』을 응원해 줬다.
두 번째는 차혜선 작가님이었다. 매일 온라인으로 같이 글을 쓰고, 용인에서 글쓰기 모임을 했다. 그때 썼던 ‘고통의 터널을 통과 중인 당신에게’라는 내 첫 산문집의 맺음말이 되었다. 터널을 통과하는 시간에는 빛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빛은 사람에게서 왔다.
세 번째 후원자는 김은명 대표님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문헌정보학 수업을 함께 들으며 내 글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봐 준 분이다. 대표님께 받은 두 자루의 펜.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아 달라.’라는 신뢰의 형태였다. 어떤 격려는 말보다 조용히 오래 남는다. 대표님이 늘 해오던 방식이 그렇다. 언제나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 그런 독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 한 권을 세상에 건네볼 만한 용기를 얻는다. 살다 보면,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대표님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책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건 글 쓰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선물이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같이했던 덕양중 행정실 식구들, 그리고 빛쓰다 글쓰기 모임의 문우들도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모두 같은 곳에서, 같은 목표를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이다. 북페어에서 만난 작가님들, 미니북으로 접했던 독자분들. 문헌정보학 수업을 같이 들었던 학우분들. 모두 마음을 모아주었다.
브런치에 ‘첫 경험만 23번째’를 연재하던 6개월 동안, 내 삶에 ‘처음’이라는 이름을 붙여보는 작업을 했다. 사람들은 흔히 ‘처음’이란 말에 설렘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낯섦과 두려움, 작은 실패들, 그리고 자기 의심이 더 많이 섞여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이 지나간 뒤 남는 것은 단 하나. ‘그래도 시작하길 잘했다’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 시작 옆에는 늘 누군가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번 펀딩은 나 혼자 여는 문이 아니었다. 책 한 권이 저자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기까지, 책 뒤에는 이름 없이 함께 손을 보태준 사람들의 마음이 겹겹이 얹혀 있다. 펀딩 첫날, 37분이 내 책을 믿어줬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정성이었다. 그 숫자만큼의 마음이 화면 너머에서 나를 지켜봐 주고 있었다. 그 마음들이 모여 716,000원이라는 숫자가 되었을 뿐이다.
누군가는 나를 오래전부터 지켜봤고, 누군가는 최근에서야 글로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향은 같았다. 모두가 내 ‘처음의 마음’을 응원하고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오늘의 이 감사함을 건네고 싶다. 첫 책을 향한 이 작은 여정이 누군가에게도 자신의 ‘처음’을 떠올리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처음의 마음으로 오래오래 글을 쓰고 싶다.
이 마음을 지켜준 사람들의 이름을 소중하게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