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 째, 봄봄봄
봄(?)
나는 어제 남편과 같이 양주에 있는 장욱진 미술관을 찾았다.
그곳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봄이 그곳에서 나를 반기고 있었다.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데 밖에 있는 봄(?)에 취해있었다.
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단어다.
김유정 - 봄. 봄
비발디 - 봄
백설희 - 봄날은 간다.
나에게 봄은 존재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봄을 대면할 때마다 나는 눈물이 난 것 같았다.
꽃을 보면서 생각해 보았다.
아 ---
나의 봄은 이제 찾아온 거 같아서 고맙고 벅찼다.
긴 시간 잘 정비(?)하고 보니
나의 마음속에 나의 머릿속에 나의 심장 속에 봄이 와 있었다.
봄에 예쁘게 피어나는 저 꽃들도 추운 겨울 눈보라와 바람을 견디면서
봄이 오면 각양각색에 꽃으로 화려하게 만개하는 것.
나. 명희의 봄도
많은 눈보라(?)와 바람을 견디어 왔기에 화려하게 만개하고 있는 것.
그래서 지금은 봄을 맞이하는 나의 몸가짐이 예쁘게 새색시처럼 설렌다.
이제는 <비발디의 봄>을 들으면서 행복해하고
<김유정의 봄.봄>을 읽으면서 미소 짓고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들으면서 눈물 흘리지 않는다.
나. 명희의 봄은 지금부터니까...
4월 13일 화
- 명희 -
봄에 대한 기억
몇 년 전 우연히 김정운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그 이후로 마음에 담고 사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중 하나 가장 크게 담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구체화하고, 행복을 정확히 이미지화해서 가지고 있으라는 것이다. 자기 존재를 직업이나 지위로 확인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그것들로 나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직업, 지위가 사라지더라도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
이후에 나는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사진처럼 좋아하는 장면을 잡아내 기억해 두려고 한다. 목도리를 칭칭 감고 다니는 겨울을 좋아했던 내게 봄이라는 계절은 꽃 때문에 웃음 짓지만 마냥 달갑지는 않았는데- 작년 봄 아이를 낳고 달라졌다. 새록새록 올라오는 연둣빛 새 잎들이 꼭 아들 같았다. 꼬물꼬물 거리는 아들을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거실에 눕히고, 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게 아들과의 첫 번째 봄의 분명한 장면.
얼마 전, 날이 풀리고 드라이브를 나섰다.
차에 타 남편이 시동을 걸며 아파트 단지 내에 핀 꽃이 예쁘다며 보라고 하고, 아들은 알아듣기라도 한 듯 카시트에 앉기 전 내 다리를 밟고 창문으로 고개를 쑤-욱 내민다. 햇살이 아들을 스치고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갈색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아! 봄 햇살!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순간 남긴 동영상을 계속 돌려본다. 손가락 사이로 흐스스 빠져나가는 바람이 느껴질 때면 이 장면이 떠오를 것 같다. 아들의 반짝임.
매년 봄, 벚꽃 나무의 흔들림과 푸릇푸릇 해지는 세상을 보며 감탄하고, "여보, 저기 봐봐!" 하며 손짓하는 곳을 같이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는 행복. 이제는 아들에게 보여 줄 세상이 값지어서 나도 함께 아끼지 말고 즐겨야겠다고 다짐하는 봄이다. 예쁜 장면들을 고이 기억해 더 행복해야지.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에 여전한 우리여서 고마운 어느 날.